[지방선거 대선주자 손익]이회창후보 대세론 재점화 '청신호'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17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사진=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서영수기자]
6·13 지방선거의 결과가 대선구도는 물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전도(前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정치권의 이견이 거의 없다. ‘이회창 대세론’의 확산, 정계개편의 촉발, 한나라당의 지방행정 장악 등 대선구도를 둘러싼 정치지형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12월 대선까지는 아직 6개월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어 지방선거 결과를 곧바로 대선 전망에 직결시켜 보는 것은 무리다. 특히 대선 투표율이 80%를 상회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40% 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지방선거의 결과로 대선의 승패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일단 이 후보에게는 청신호, 노 후보에게는 적신호를 던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 후보는 특히 3월부터 불기 시작한 ‘노풍(盧風)’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대선 길목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나라당이 2000년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영남권을 석권함으로써 이 후보는 ‘비(非) 영남출신’이라는 콤플렉스도 말끔히 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영남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에서도 자민련과 호각지세를 다투는 등 이 후보의 ‘팽창전략’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최대 승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반사적 승리’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회창 대 김대중’의 싸움이었지 ‘이회창 대 노무현’의 정면승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 후보로서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 수도권 3개 지역 선거에서 전패함으로써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더구나 부산에서 한이헌(韓利憲) 시장후보가 노 후보의 ‘고정표’로 알려진 35% 대에 훨씬 못 미치는 득표력을 보이고, 수도권에서도 노 후보의 여론조사지지도에 못 미치는 결과가 도출됨으로써 노 후보의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결과까지 빚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에게 있어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오히려 대선에서는 ‘약’이 될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제 당의 쇄신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 아니냐. 누구도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가 만일 지방선거 패배를 교훈으로 민주당과 자신의 전략에 일대 변화를 꾀함으로써 ‘노풍’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