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治 실종된 지방선거]선심-재탕-정치공약 되풀이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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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이 지방선거용으로 제시한 공약은 한마디로 ‘선도(鮮度) 떨어진 생선’에 비유할 만하다. 민주당의 경우는 얼마전까지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와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종합 정리해 재탕한 것이라는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또 한나라당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선심성 공약이, 자민련은 정책공약보다 정강정책에 가까운 정치적 공약이란 느낌을 주고 있다.

▽선심성 공약〓한나라당이 제시한 ‘장애인 고용실적 평가제’를 비롯한 장애인 노인 관련 공약은 선거 때마다 여야가 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들을 재탕 삼탕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청년실업 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취업연령제한 철폐’도 민간기업의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법으로 강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심공약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부정부패 자치단체장에 대한 시민소환제’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나 부정부패 단체장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이권단체나 반대 진영의 투서와 집단민원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은 “소환 대상이 될 부정부패 단체장이라면 이미 형사처벌 대상이 돼 있을 것”이라고 이 공약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학교폭력근절’ 공약도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대처방안과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신고접수 핫라인을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으나 수박 겉핥기 식의 대안제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재탕 공약〓민주당이 제시한 경부고속철도 및 호남선 전철화 완료 공약은 ‘서울-대구 2004년 개통, 대구-부산 2008년 완공’이라는 정부방침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을 동북아 중심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 역시 공항 설계단계에서부터 논의됐던 내용들로 97년 대선, 98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여야 각당이 공약으로 우려먹은 내용.

한나라당은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 자제 및 신용카드 이자율, 연체 이자율, 수수료 인하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핵심 내용 대부분은 이미 금융감독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24일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담겨 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 공약〓자민련은 내각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완전선거공영제 실시’ ‘대통령 직계 존비속재산공개 의무화’ ‘검찰총장 국정원장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실시’ ‘국가보안법 존속’ 등 지방선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들을 집중 제시했다.

민주당 공약 중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국민의 인권보장 및 권리구제 강화’‘권력층의 주변관리 철저’ ‘1인2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등 지방선거와 거리 있는 내용들이다.

한나라당은 “교원정년을 단계적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지난해 말 자민련과 함께 교원정년 연장법안을 공동 추진하다가 막판에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이를 철회해버린 전력이 있어 민주당에 대한 정치공세로 내놓은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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