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추진위원회 2차회의 무기연기]남북관계 한달만에 제동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3분


남북경협추진위원회(이하 경추위) 2차 회의가 무기 연기되면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 이후 풀려가던 남북관계가 다시 먹구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불참 배경〓북측은 경추위 불참 이유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 발언을 문제삼았다.

북한은 미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18일 최 장관이 “미국의 대북 강공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한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최 장관이 남북간에 합의된 공동보도문에 역행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비난 공세가 경추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분위기다. 외교부는 최 장관의 발언 파문이 불거지자 “‘큰 채찍을 들고 있더라도 부드럽게 말하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는데 ‘부드럽게 말하라’는 부분이 생략된 채 보도돼 오해가 빚어졌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는 이처럼 북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최 장관의 경질을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추위가 열릴 경우 북한 군부가 논의하기를 꺼리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금강산댐 공동조사 등의 문제가 다뤄질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당장 이달 중 실시키로 합의됐던 북한 경제시찰단의 서울 방문이 어렵게 됐다. 남북은 경추위를 통해 경제시찰단의 서울 방문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키로 했었다. 또 6월11일로 예정된 금강산 관광 활성화 회담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경추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금강산댐 붕괴 위험 공동조사 문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동해북부선 철도-도로 연결, 전력 지원, 쌀 30만∼50만t 지원, 임진강 수방대책 등 현안 역시 당분간 표류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한의 요구대로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이 경질된 후 남북관계가 트인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언론의 오보로 빚어진 문제를 놓고 장관을 경질할 수는 없다”고 말해 우리로서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임을 내비쳤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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