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위기돌파” 탈당카드 낼까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24분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전한 “정치와 분리해 여야에 똑같이 거리를 두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언급은 일단 김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과 대선 중립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대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선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단순히 정치중립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만 한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경선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김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청와대측이 “민주당 후보만 따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힌 점을 여권 인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여야 후보가 확정돼 김 대통령과 만날 때는 이미 김 대통령의 신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청와대측은 공식적으로는 “무리한 예단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분위기는 다르다. 이미 민주당 내에는 김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몇몇 의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김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이 대통령 자신과 민주당 대선후보를 살리는 길이다. 빨리 민주당과 대통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김 대통령은 절대 적기를 놓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이 증폭되면서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전략이 기본적으로 김 대통령을 철저히 무력화시킨 뒤 노무현 후보를 ‘DJ의 적자’로 몰아 영남권의 ‘반 DJ 기류’에 호소하겠다는 것이 분명한 만큼 하루 빨리 김 대통령과 노 후보의 연결고리 차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아들들 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김 대통령이 더 이상 당적을 유지하는 것은 김 대통령이나 민주당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노무현 후보 또한 24일 “김 대통령에게 (탈당 등을) 건의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없다. 그래도 김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독자적 결단에 맡기겠다는 뉘앙스였다.

이래저래 당분간 여권 관계자들의 시선은 김 대통령의 결단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27일부터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5월9일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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