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사무실 폐쇄…'주인' 따라 家臣도 퇴장준비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5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위 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이었던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주도해 2001년 3월 마련한 마포사무실은 각종 청탁이나 줄대기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한때 문전성시였으나 지금은 썰렁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김근태(金槿泰) 고문이 최고위원 경선 때 권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경선자금을 지원받은 사실을 공개한 뒤부터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

권 전 최고위원이 이달 중 마포사무실을 폐쇄하고 장기 외유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세상 인심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동교동계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은 다음달 초 하와이대에서의 국제경제 과정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 뒤 6월 말경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8월에 다시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국제물류기지 세미나 참석차 출국할 계획이어서 대선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비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권 재창출에 강한 의욕을 보여 왔으나 현실은 그의 구상과 반대로 흘러갔다. 이 또한 그의 정치적 세력을 급속하게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국민 지지도를 명분으로 밀었던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대선후보 경선후보직마저 사퇴하면서 정치 재개의 활로가 사실상 막힌 데다 한때 자신의 캠프에 몸담았던 최규선(崔圭先)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각종 비리의혹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세력 재편이 불가피해지면서 동교동 구파는 사실상 형해화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 자신도 그동안 “나는 대통령과 함께 떠나야 할 사람이다”고 말해 왔던 점에 비추어 당 안팎에선 마포사무실 폐쇄와 출국을 그의 정치권 ‘퇴장 준비’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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