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與후보 사실상 확정]盧 앞날 지방선거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39분


민주당이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盧武鉉) 후보 중심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에게는 12월 대통령선거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당장 2개월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는 노 후보의 본선경쟁력을 평가받는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권 지방선거 대책 고심〓노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불모지대인 영남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영남권 광역단체장의 탄생 여부가 곧바로 대선 본선에서의 승패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 후보는 지난해 11월 “후보가 되더라도 부산 울산 경남 3곳에서 전패(全敗)하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시 발언의 전략적 의미와 상황은 달라졌지만,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거듭 다짐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영남권에 대한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복안은 있다. 그러나 아직은 밝힐 수 없다”고 자신있게 대답하기도 했다.

노 후보측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역은 당에서 책임을 지고 선거전을 치르더라도 부산 경남(PK)지역만은 직접 후보자를 물색하고 선거를 진두지휘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의 진을 치고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 후보측은 ‘이 지역 출신인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기 싫으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으라’는 식의 접근으로 부산 경남 지역의 바닥 민심을 흔든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서는 부산 경남 지역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K씨와 또다른 K씨, H씨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노 후보측은 “아직 노 후보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DJ와 차별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의혹이 증폭되면서 노 후보는 김 대통령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선을 그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 당장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잠재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DJ의 계승 발전자’를 자임해 온 노 후보도 이제는 자칫하면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문제가 보선 승리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노 후보가 최근 들어 권력형 비리 문제에 대해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성역없는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행보의 변화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노 후보 주변에서는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부터 DJ와 적절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아들들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노 후보는 호남 민심을 의식해 당장 DJ와의 차별화에 나서지는 않을 듯한 분위기다. 노 후보는 이날 이 문제와 관련해 “주변에서 오래 전부터 그런 권고가 있었으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김 대통령 주변인사들의 비리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사회 권력문화의 어두운 잔재로 봐야지 민주당 정권의 구조적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黨과의 관계▼

노 후보는 역대 집권여당 후보 중 가장 당에 대한 장악력이 약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와 달리 대권과 당권이 분리돼 있고, 경선레이스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노 후보는 대선무대에 나서는 배우일 뿐, 연출자는 당이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정작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노 후보가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문제도 대선에 대비한 총력체제를 갖추는 데에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그가 이날 간담회에서 “당내에서 대선후보의 권력이 거세돼 있기 때문에 당과 조율하는 대선후보의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인제(李仁濟) 고문과의 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상심하고 있는데 대해 위로하고, 나를 도와달라는 협력을 요청하는 기회를 갖겠다”며 유화제스처를 보였다.

노 후보 측은 노 후보의 급진적 이미지를 중화시키기 위해 주변에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중진 의원들을 배치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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