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주인 김홍걸인가 최규선인가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동서 황인돈씨(36)가 제공한 차명계좌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가 시가보다 싸게 한국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을 매입하게 된 배경은 뭘까. 또 홍걸씨와 최씨, 황씨 등 세 사람은 이권 개입 의혹과 관련해 어떤 관계였을까.

최씨는 지난해 3월 차명으로 보유했던 TPI 주식 3만8000주를 1주당 평균 2만3000원에 코스닥 등록기업 D사 박모 사장 등에게 팔았다.

반면 최씨는 같은해 4월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가 사실상의 소유주인 임팩프로모션에서 TPI 주식 3만주를 1주당 평균 1만5000원에 황씨 등이 제공한 차명계좌 5개로 매입했다. 한달 사이에 매도가격과 매입가격의 차이는 주당 8000원이나 된다.

더욱이 TPI가 지난해 5월 유상증자를 할 당시 공모가는 1주당 4만원이었으며 박씨에게 주식을 팔 당시 최씨가 “손해를 보면서 판다”고 말한 점 등은 최씨가 상당히 싸게 주식을 매입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는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이권에 개입했고 홍걸씨는 황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그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가졌다”고 주장했다.

천씨의 주장대로라면 황씨가 차명을 동원해 사들인 주식의 실소유주는 홍걸씨일 가능성이 크다. 또 홍걸씨가 각종 사업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최씨가 주식을 싸게 사서 이중 일부를 홍걸씨에게 ‘상납’했으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편 최씨가 지금까지 확인된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한 사람이 인도네시아 교포인 동업자 이모씨라고 주장한 부분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최씨는 “주식 차명계좌의 실소유주는 이씨이며 차명도 모두 이씨의 동향 사람들”이라고 말해왔다. 이 같은 최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최씨와 함께 운영하는 미래도시환경에 6억원가량을 투자하긴 했지만 자금 운영이나 사업, 주식 투자 및 계좌 개설 등은 모두 최씨가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홍걸씨에게 ‘일방적으로’ 거액을 줬을 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홍걸씨 측은 거액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관련자들의 주장이 서로 다른 셈이다.

그러나 천씨는 “황씨가 직접 최씨에게서 거액의 현금을 받아 쇼핑백에 넣어 가는 장면을 여러차례 봤으며 최씨에게서 그 돈이 홍걸씨에게 전달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또 최씨가 돈을 홍걸씨 등에게 직접 전달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등 갈수록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