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측근들 당무회의서 울분 "특정인 매도 안돼"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4분


27일 한나라당의 당무회의장은 총재 측근들이 당 내분 과정에서 쌓인 울분을 토로하는 성토장으로 돌변했다.

소장파에 의해 ‘측근 3인방’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김기배(金杞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20개월 간 사무총장에 있으면서 재·보선 승리를 이끄는 등 당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무슨 근거로 총재의 눈과 귀를 가린 사람으로 매도하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특정인을 거명하면서 인민재판식으로 매도해선 안된다. 일부 부총재 경선의 과열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총재나 당직자들은 왜 예방하지 못했느냐”고 당 지도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이기려고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를 영입해온 게 총재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냐”(신경식·辛卿植 의원) “일찌감치 실패로 끝난 대권-당권 분리를 왜 도입하느냐”(윤영탁·尹榮卓 의원)는 발언이 뒤따랐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내 부덕의 소치다. 미안하다”며 중진들을 무마한 뒤 회의를 끝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소장파 원내외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의 오세훈(吳世勳) 공동대표는 양정규(梁正圭) 김기배 신경식 의원 등 측근 중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사과했다. 오 의원을 만난 한 중진은 “오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공개사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기배 의원은 최고위원 불출마설에 대해 “여기가 공산당이냐. 무슨 권리로 경선에 나오라 말라 하느냐”며 “대의원들의 표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대구 울산을 제외한 14개 시 도지부장들은 이날 시내 한 음식점에서 이 총재와 만찬을 함께 하며 “우리는 집단지도체제가 되더라도 이 총재 직할대로 남아 대선 승리에 앞장설 것”이라고 ‘충성’을 다짐했다.

이에 오 의원은 “측근정치에 대한 미래연대의 입장은 유효하지만, 특정인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는 당사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한풀 꺾인 반응을 보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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