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일본인들의 DJ 4년 평가

  • 입력 2002년 2월 26일 18시 27분


26일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DJ(김대중·金大中) 정권 4년을 결산하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남은 1년, 힘든 김정권’ ‘내우 외환의 취임 4주년’ ‘구심력 저하 현저히’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모두 김정권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기자는 98년 2월 김 대통령 취임 무렵부터 일본생활을 했으니까 일본인들과 함께 지난 4년을 지켜본 셈이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98년 10월 김 대통령이 일본에 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다. 연수중이던 기자는 그 때 게이오(慶應)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한 선생님이 한국 학생들에게 불쑥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도 김 대통령 같은 정치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탄식과도 같은 그의 말 속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DJ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일본인들은 김 대통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전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측근들은 입만 열면 “외국에선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일본만 가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평가하는 것은 김 대통령의 과거와 국제적 명성이다. 도쿄(東京)에서 납치를 당한 반체제인사, 인권운동가,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김 대통령이다. 그들은 솔직히 지난 4년간 김 대통령이 어떻게 한국을 이끌어 왔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김 대통령 재임 4년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너무 인색하다고 해서 혹 “외국에선 그렇지 않은데…”라며 위안을 찾으려 한다면 한일간에 이런 인식의 배경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긴 이제는 그런 인식의 괴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일본 신문들의 재임 4년 결산 기사는벌써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정 운영의 극심한 난맥상 속에서 과거와 명성은 무의미한 것이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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