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수석 “보고 늦어 죄송” 金대통령 묵묵부답

  • 입력 2002년 1월 27일 23시 5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부터 보물 발굴사업 개입 의혹에 대한 보고를 직접 들었다. 그러나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 수석은 이날 “보고가 늦어져 죄송스럽다”며 99년 12월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찾아와 진도 앞바다 보물 발굴 얘기를 하기에 엄익준(嚴翼駿)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시켜 주었다고 관련 사실을 ‘자백’했다. 이 수석은 “2000년 2월 초 국정원으로부터 보물 관련사항은 근거가 없는 것 같다고 이형택씨에게 통보해줬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그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들이 있는데, 검찰과 특검에서 조사를 하고 있고,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라고 총론적인 언급만 했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냉정한 태도’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 수석에 대한 질책의 뜻이 담긴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이 수석 측 관계자들은 26일에 이어 27일에도 기자실을 찾아와 거듭 이 수석의 억울함을 호소했다.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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