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월경선 주춤 '혼돈속으로'…후보선출시기 격론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9분


내년 3월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기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26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대선후보를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뽑느냐, 아니면 후에 뽑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모두 지방선거를 이겨야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결론은 서로 달랐다.

민주당은 27일 당무회의를 다시 열어 계속 논의키로 했으나 양론이 워낙 팽팽히 맞서 연내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후 경선론〓이날 논쟁의 물꼬를 튼 것은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이었다.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주장해 온 그가 태도를 바꿔 “3월에 대선후보를 뽑으면 국민참여경선의 붐이 12월 본선까지 이어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가 장애가 된다면 모든 걸 버릴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 진영의 설훈(薛勳) 조성준(趙誠俊) 의원 등도 이에 동의하면서 쇄신된 지도부 우선 선출,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국민참여경선제 시범 실시, 지방선거 후 대선후보 경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방선거 전에 대선 후보를 뽑으면 그 후보의 출신 지역에서는 승리할지 몰라도, 경선 탈락자들의 비협조로 나머지 지역에서는 전패할 것이며 그럴 경우 책임론 때문에 당이 적전분열(敵前分裂)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방선거 전 경선론〓지방선거 후 경선론에 대해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당 구심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성원(張誠源) 의원도 “상대 당은 대통령후보인 당 총재가 지원연설을 하고, 우리 당은 후보도 아닌 사람이 연설하면 어느 쪽이 열기가 높겠는가”라고 물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측도 “확정된 대선후보가 없으면 ‘지방선거 완패→대선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고문측에 동조했다.

▽전망〓논란이 계속되자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 위원인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이 문제는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 간의 정치적 결단과 타협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우리 주장대로 안 되면 망한다’는 생각을 모두 버리라”고 말했다. 이에 회의장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당내에서는 이 문제가 완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 싸움’ 등 정면 대결의 양상으로 비화될 경우 분당(分黨)에 버금가는 심각한 내분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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