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러시아 방문 사흘째 "동북아 안보협력체 만들자"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9시 12분


'무명용사의 묘' 헌화
'무명용사의 묘' 헌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러시아 방문 사흘째인 23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연설에서 “동북아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안보 협력체’를 조속히 구성하자”며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듯이 동북아 국가들이 안보공조를 위해 다자 협력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동북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이 개방과 개혁을 수용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사회담당 부총리를 만나 약 18억달러에 이르는 러시아의 대한(對韓) 채무상환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마트비옌코 부총리는 이 총재에게 러시아가 북한의 화력발전소 현대화사업에 투자하면 이를 한국에 빚을 갚는 것으로 인정해 달라는 ‘3각 변제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채무를 변제해서 좋고, 한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해서 좋고, 북한은 에너지 기반을 확충해서 좋은 것 아니냐는 게 그의 논리였다.

이 총재는 “채무변제는 양국 정부가 충분히 협상해 해결할 문제이니 진지한 자세로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경수로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 전력까지 공급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모스크바주재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는 주로 국내정치 문제가 논의됐다. 이 총재는 여야 영수회담과 관련해 “영수회담은 모든 현안을 푸는 마법상자가 아니라 현안을 푸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며 선(先) 국정쇄신, 후(後) 영수회담을 거듭 주장했다. 국정쇄신에 앞서 야당쇄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여당 내부에 문제가 생겨 국정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야당에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변했다.

<모스크바〓송인수·김기현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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