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결산]北 버티기에 南 속수무책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7분


6차 남북장관급 회담의 결렬에는 9·11 미국 테러사태로 경직된 한반도 주변 정세라는 외부 환경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회담의 전 과정을 통해 북한측이 우리측의 비상경계태세 해제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인 데는 북한 군부의 강경론을 무마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확인됐듯이 북한 강경세력의 상황인식과 북측이 갖고 있는 남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오해는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소강상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회담 결렬 배경〓6차 장관급회담은 시작 전부터 북한이 남한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삼아 회담장소를 ‘안전한’ 금강산으로 요구하면서부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임이 예고된 셈이다.

우리 대표단이 장관급회담의 금강산 개최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회담에 임한 것은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 같은 우리측의 계산은 당초부터 빗나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북측은 우리측의 비상경계태세, 군사훈련, 반테러 국제연대 등 일련의 조치에 상당한 경계심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회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당분간 남북대화를 진전시킬 의사가 없음이 이번 회담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듯하다. 대(對)테러전쟁에 전력을 쏟는 미국과 대화를 쉽게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게 전략적으로 득이라고 북한측은 판단한 것 같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성과 및 전망〓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사실만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최소한 남북이 향후 비공개접촉 등을 통해 관계개선의 돌파구 마련을 시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기 때문이다.

또 남북이 진지하게 대화를 통해 현 정세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것도 하나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와 관련해 홍순영(洪淳瑛) 수석대표는 “비록 합의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상호간의 인식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호이해가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다가 10·25 재·보선 이후 국내정치의 역학관계 변화로 인해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카드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 정부측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로서는 무작정 시간을 끌며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권 마무리를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이제는 그동안 벌여 놓았던 남북간 합의사항을 하나라도 제대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비교적 정치게임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등을 매개로 대화재개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6차 장관급회담 남북입장 차이
주요 내용
평화 유지 위한 조치비상경계조치 인식북측을 겨냥한 것
북측과 협의할 성격이 아님→수석대표의 중립적 표현 가능비상경계조치 해제해제조치 후 5차회담 합의사항 논의→남측입장 수용
방어적 성격의 훈련남측의 군사훈련북을 주적으로 간주한 도발
이산일정 우선협의→비상경계조치 문제와 병행 논의 가능5차회담 합의사항 일정 조정비상경계조치 문제 해결 후 일정 조정→병행논의 가능
12월 동시교환→금강산 가능이산가족 상봉12월 금강산 개최
12월 서울 개최2차 경협추진위원회12월 금강산 개최
12월 서울 개최7차회담 개최서울 개최, 시기는 추후협의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홍순영 수석대표 일문일답▼

6차 남북장관급회담 수석대표인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은 14일 “회담 과정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싶다는 뜻을 북측 수석대표에게 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 장관이 회담을 마치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으로 돌아와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 요지.

-북한 방송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담 결렬은 쌍방의 책임이다. 북측 수석대표(김영성)와 마음을 열고 열심히 노력했다. 북측 수석대표는 좋은 대화상대라고 보고 있다.”

-회담이 성과 없을 것으로 예상했나.

“일정한 추진목표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견해차의 문제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대화를 앞으로 더해야 한다. 이번에 국제정세와 우리 외교적 입장 등을 설명했다. 이런 것이 상호인식과 이해의 차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나.

“희망을 가졌지만 이번 회담이 그런 것을 (북측대표단이 상부에) 건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야당에서도 노고를 치하했는데….

“회담을 하면서 견해차를 좁히고 상호 이해를 높여야 회담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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