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충격 여권 ‘후보조기가시화’ 의미]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8분


축하...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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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핵심부가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쪽으로 가닥을 정리한 것은 10·25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타개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임기 말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 개최’가 여권 핵심부의 확고한 방침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터져 나온 각종 비리 의혹과 한나라당의 집요한 공세, 이로 인한 민심 악화를 목도하면서 “정쟁으로부터 김 대통령을 분리시키는 것만이 김 대통령과 당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부가 후보 조기 가시화 쪽으로 완전히 가닥을 정리한 시점이 재·보선 참패가 확인된 25일 밤이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위기 국면이 심화되면서 갈수록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는 민주당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후보 조기 가시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현 시점에선 달리 효과적인 카드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여권 핵심부의 기본 구상은 레임덕 가속화와 함께 더욱 커질 권력 공백을 차기 대선 후보가 메워줌으로써 김 대통령과 차기후보의 상호 보완적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김 대통령은 총재직을 차기후보에게 이양한 뒤 외교 안보 통일 등 외치에만 전념하고 경제를 비롯한 내치는 총리가, 당은 후보가 맡는 ‘3각 권력 균점’이 이들이 그리고 있는 전당대회 후의 국정운영 구도다.

당내 ‘DJ 친위세력’이라 할 수 있는 ‘중도개혁포럼’이 28일 조기전당대회론을 공식 논의키로 한 것은 김 대통령의 의중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26일 “나도 얼마 전까지 후보 조기 가시화에 반대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보 조기 가시화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아 여권 핵심부가 어떻게 이를 관철시켜 나갈지도 관심사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과 한화갑(韓和甲)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진영은 “지금 시급한 것은 후보 조기 가시화가 아니라 여권 내부의 철저한 쇄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후보 조기 가시화론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는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선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의 논리가 관철된 게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따라서 여권이 ‘후보 조기 가시화파’와 ‘인적쇄신파’로 갈려 또다시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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