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외무 미묘한 입장차…北-美 대화엔 공감, 속도는 의견

  • 입력 2001년 7월 27일 22시 53분


27일 한미 외무장관회담의 핵심 의제는 6월 미측의 북-미대화 재개 선언에 대해 두달째 ‘침묵’하고 있는 북측의 의도 분석과 향후 대응책이었다. 이날 양국은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미묘한 견해차를 보였다.

양국간 대화 분위기는 미측이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보인 반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을 위해 갈 길이 바쁜 한국측은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예방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병행 발전이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을 바라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김 국방위원장의 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평가하면서 “미국이 어려운 북한을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은 나아가 “북한이 가뭄 때문에 올 식량사정이 더 악화됐다”며 파월 장관에게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의사를 물었다. 이 같은 언급들은 미측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것.

그러나 파월 장관은 한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의제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 북측이 계속 미측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한국측의 지나친 ‘조바심’을 경계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해 에드워드 동 국무부 한국과장은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측도 식량문제 해결, 경제발전 등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북협상 관련국 중에 조급하게 서두르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라고 꼬집었다고 외신이 전했다.

파월 장관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는 북-미대화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측은 어떤 구상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임 장관은 이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간 대화 재개 방안을 설명하고 미측의 이해를 구했다.

임 장관은 특히 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침체된 북-미 및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김 국방위원장이 앞으로도 러시아 방문과 같은 ‘직접적인 움직임’을 통해 북한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측면에서 돕기 위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를 요청했다.

<부형권·김영식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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