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목적-의미]러 대북군사지원 재개 가능성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24분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찾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러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행사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10여년간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여러 가지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서울 답방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군사협력 문제.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제 탱크와 전투기 등 최신예 무기의 제공을 요청해왔으며 4월에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 및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과 북한의 열악한 외환사정 등을 이유로 무기수출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아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김 위원장의 방러가 미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야 클레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에 대한 후속지원(부품)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으나 모스크바의 한 외교 소식통은 25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확정됐다면 이는 양국이 군사협력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합의를 이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제공을 재개할 경우 한-러 관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군사력 균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한반도에 대해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기존의 4자회담을 러시아와 일본을 포함하는 6자회담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상회담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와의 연결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이 2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 문제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할 예정이다.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그동안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미뤄졌던 경의선 복원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말 열차 편으로 북한을 출발해 러시아의 하산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해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산에서 모스크바까지는 거리가 무려 9400㎞나 돼 열차로 7일이 걸린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이용한다 해도 시속 70∼80㎞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5, 6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경호 등의 문제로 도중에 정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극동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하바로프스크에 잠시 들를 가능성도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모두 열차를 이용했다.

<김기현기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