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중징계 안팎]감사원 소신에 난처한 민주당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45분


감사원이 28일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재정파탄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공무원을 7명이나 중징계토록 요구한 것은 소폭 징계에 그칠 것이라던 일반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당초 감사원 내에서는 복지부 실무진들에 대해서만 문책을 요구할 경우 고위 정책결정권자들과의 형평성 시비를 부를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징계요구 대상을 줄이자는 신중론이 상당했다. 이 때문에 징계대상자가 7, 8명에서 3, 4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날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내용의 감사결과를 내놓은 것은 일단 감사원의 독립성과 업무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잠정 감사결과’가 사전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권의 동정론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운신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측이 징계 최소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 거꾸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감사원의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내부 여론을 불렀다는 후문이다.

감사원이 초강경 결론을 내림으로써 그동안 징계 완화를 요구해온 민주당의 입장은 대단히 난처해졌다. 청와대도 감사원의 독립성 존중이란 측면에서 언급을 삼가 오긴 했으나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 등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청와대 일각에선 감사원의 이번 결정이 일선 공무원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예상보다 징계대상자가 많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 감사는 직무감사여서 해당직무 관련자중에서 누굴 빼거나 넣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문제는 감사원이 대상자를 통보하긴 했지만, 복지부도 일부 재량이 있는 만큼 앞으로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윤승모·김영식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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