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北 포용 계속' 큰 틀에 공감

  • 입력 2001년 3월 8일 01시 5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8일 새벽 가진 첫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대북정책에 대한 굳건한 한미공조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시대통령은 특히 회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큰 비중을 두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명시적으로 지지하면서 한반도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한미 동맹관계와 대북정책 전반에 관한 ‘큰 틀’에서는 일단 미국측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어떤 점에서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7일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의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미국측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됐던 대로 정상간의 원론적 합의보다는 구체적 정책 실행과정에서 한미간에 이견과 갈등이 노정될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있는 부분까지는 충분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느낌이다.

미국의 외교팀이 채 구성되지 않아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구체화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일단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측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원론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측이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이면에는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책임이 한국에도 있다’는 의사표시가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 전반을 평가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의견을 교환한 것도 고무적이다. 지역정세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공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 여부와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한 만큼 북한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변화와 성실성이 먼저 ‘검증’되어야만 북―미관계 진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한미간에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큰 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현안이 생길 때마다 매번 조율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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