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안기부 '마지막 유물' 역사속으로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6분


‘공작정치의 마지막 유물, 역사 속으로 지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의 구 안기부건물(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별관 지하2층 옛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취조실’ 등 1000여평 규모의 지하벙커가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의 ‘서울종합방재센터’ 개보수 공사가 완료돼 7월 본격 가동되기 때문.

5·16쿠데타 직후 창설된 중앙정보부가 81년 안기부로 개칭된 뒤 95년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기까지 34년 간의 이곳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하벙커는 지하 3층에 걸쳐 있다.

특히 30여개의 방으로 구성된 430여평 규모의 취조실은 학생, 언론인, 정치인 등 폭압정권의 ‘저항세력’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재야 시절 취조를 당한 것을 비롯해 김성곤(金成坤) 김두한(金斗漢)씨 등 ‘절대자’의 심기를 거스른 유명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수모를 겪었다. 73년 ‘유럽 거점 대규모 간첩단’ 사건으로 조사받다 숨진 최종길(崔鍾吉) 서울대 법대교수 건은 대표적인 의문사 사례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밀실이라 축축해 방습, 방온 비용이 다른 곳의 2배가 들었다”며 “공사기간 중 ‘당해 본’ 현직 의원의 ‘관광’이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한 언론인은 “입구에서 눈을 싸매고 경비병이 양옆에서 붙잡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공포분위기를 만들었고 나올 때에는 진통소염제를 발라주고 쇠고기로 멍을 없앤 뒤 사실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총 100억원이 투입된 종합방재센터는 119, 재난, 재해, 민방위 등 각종 재난관련상황실의 총 집결지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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