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어려울땐 원로들이 도와야지" 느긋한 JP

  • 입력 2000년 12월 23일 01시 01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요즘 이런 저런 자리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 얘기를 종종 한다. 22일 인사차 방문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에게도 모리 총리 얘기를 했다. 요지는 대강 다음과 같다.

“모리 총리의 인기가 바닥이어서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내년 선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와 같은 원로들이 나서 ‘모리도 소신 있게 한다면 21세기의 모리로 거듭날 수 있다’며 다독거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원로들이 누가 있겠느냐.”

‘그런 원로들’이란 아마 JP 자신까지 포함한 의미일 것이라고 한 측근은 해석했다. 측근들은 또 “오늘 JP의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전했다. JP는 ‘기분 좋은 날’이면 흔히 그러듯이 이날도 연락이 닿는 대로 자민련 의원들을 모아 함께 만찬을 했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JP가 나라 형편이 몹시 어려운 이 때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은 것 같다”며 “JP는 공동정부를 탄생시킬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7년 대선 당시 청구동을 찾았을 때처럼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현재로선 합당이 어렵다고 본다”며 “그러나 JP는 김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나라를 위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JP와 김중권대표의 면담 후 김대표를 따로 만났던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오늘 자리는 의미가 컸다”고 말해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한 깊은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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