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 사퇴문제 싸고 어수선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41분


서영훈(徐英勳)대표와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사의 표명 직후 열린 18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지명직 최고위원들의 일괄사퇴 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회의에서 서대표는 전날 사퇴 성명을 발표한 권최고위원에 대해 “과거에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권최고위원은 자신과 관련된 일을 사양해 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서대표는 또 지명직 최고위원들의 사퇴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다른 분은 모르겠지만, 나는 사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장태완(張泰玩)최고위원이 목청을 높이면서 “공식기구를 통해 나에게 한마디 묻지도 않고 그만둔다, 안둔다 하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 이것이 공당이냐.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받고 나왔다. 장최고위원은 발언 도중 책상을 쳤고 서대표를 향해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두사람의 설전과 당직자들의 만류가 이어지면서 장내는 순간 긴장감마저 돌았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서대표)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장최고위원)

“그만두세요.”(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

“최고위원님들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박병석·朴炳錫 대변인)

“사람이란 명예가 있는 법이다.”(장최고위원)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나도 전화를 받고 알았다. 버릇없는 사람 아니냐.” (서대표)

장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소란 끝에 열린 회의에선 정작 지명직 최고위원들의 일괄사퇴 문제는 얘기되지 않고 예산안과 국회법 문제만 논의됐다.

박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현 시점에서 자리에 연연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당직자 모두 이미 오래 전에 국민의 신뢰를 다시 모으고 당이 국정의 중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당직자들의) 사의표명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장최고위원이 서대표에게 ‘인륜적 차원에서 연로한 어르신에게 고성을 지른 것은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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