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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4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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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수 없는 상황〓특보들의 발언 내용은 한마디로 “이미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총체적인 국정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 특보는 “다른 사람들이 하도 강하게 얘기해 내가 오히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보단 총체적 국정쇄신 건의▼
간담회에서는 “당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백만대군을 가지고도 일렬종대로 싸우고 있다”거나 “서영훈(徐英勳)대표가 (민주당)의원을 소집하면 7, 8명 정도 모이지만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한나라당 의원을) 부르면 멀리서라도 달려온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회의가 끝난 뒤 이상수(李相洙)특보단장은 “광범위한 인적 쇄신은 물론 시스템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인, 국회 운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원칙 있는 자세로 당당하게 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고 전했다.
이단장에 따르면 박주선(朴柱宣)의원은 “지역 감정 해소를 위해 지역화합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건의했고, 이호웅(李浩雄)의원은 “지금까지 인사가 너무 기능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도덕성과 개혁성을 강조하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특보단 회의에서 마련된 공식 보고서 외에 당내 초선의원들이 2일 모임을 갖고 정리한 보고서가 김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도 10% 돼도 개혁〓김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위기 의식을 공감한다”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대통령은 “먼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넘어야 할 산도 있고 건널 물도 있으나 그런 장애가 있다고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며 “분명히 가야 할 길은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가겠다”고 말했다.
▼“개혁하다 보면 난관 있다”▼
김대통령은 또 “지금 칭찬받는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끝나고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의―약분업을 예로 들면서 “비록 당대에는 10%의 지지밖에 받지 못할 만큼 인기가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특히 민심이반 현상에 관한 보고를 받고 “신문에는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나오는데,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확률은 있다”고 진단하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 있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것.
참석자들은 김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해) 침묵하지도 않았고 모르고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당에 대한 질책〓김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고위원을 선출한 뒤 당을 맡겼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자꾸 나한테 갖고 오니 답답하다”며 “특보단도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