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장이 오전 10시반경 의장실에 도착하자 의장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정창화(鄭昌和)총무는 “민주당과 의장이 공모해 사기를 쳤다”고 비난했고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대도를 걸으려면 의장직을 스스로 사퇴하라”고 몰아세웠다.
이의장은 “천지신명에 맹세컨대, 여당과 짜거나 속이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의장 자격이 없다는 걸 통보하러 왔으니 더 들을 필요도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에 이의장은 “에이, 비겁한 사람들”이라며 고함을 질렀으나 이재오(李在五)의원은 이의장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다른 사람을 다 속여도 나를 속여선 안된다”고 맞고함쳤다.
이재오의원은 “그날 밤 12시가 넘었을 때 이의장께서 본회의장에 의원이 137명을 넘으면 사회를 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140명이 넘었으니 ‘갑시다’ 하고 말하니 이의장이 ‘정균환(鄭均桓)총무가 오면 통보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겠다’며 여야의원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리를 비켜줬다. 그런데 사회를 보지도, 사회권을 넘기지도 않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의 설명을 듣지 않고 나가자 허탈한 표정으로 “이게 민주주의냐. 남의 얘기는 듣지도 않고…. 다 사랑하는 후배들인데 예의범절도, 정치도의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힐난했다.
이의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여당이 국회의장을 막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