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벤처업계, 커넥션 정말 있나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42분


정치권과 벤처업계의 유착 의혹은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의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 이전에도 심심찮게 제기된 적이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한 모 기업의 주가가 액면가의 600배에 이를 정도로 치솟아 '떼돈’을 벌었을 때도 "정치권의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증권가나 기업들 사이에서 나도는 소문은 보다 구체적이다. K, H, H, D, T사 등 알 만한 벤처기업들이 주가 조작에 의해 거액의 차액을 챙겼고, 이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또 지난해 말 여권의 실세가 중소 우량주 10여 종목에 거액을 투자, '뻥튀기’된 돈이 총선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한나라당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실제로 '벤처―정치권’의 커넥션이 있더라도 이는 매우 은밀하게 움직이고, 돈이나 주식의 '거래’도 차명에 의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이 정치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이다. 까다로운 등록심사를 통과하는 데 정치권의 '입김’이 필요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벤처기업이 상품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라는 것.

이렇게 뒤를 봐주고 정치권 인사들은 코스닥 등록 전 기업의 지분을 차명으로 확보한 뒤 등록 후 차액을 챙기는 등의 방식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벤처―정치권’ 커넥션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벤처 열풍의 주체들이 대개 40대 이전의 '386세대’가 주축이라는 점에서 기성 정치권과는 인맥상 거리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지난해처럼 '벤처’라는 이름만 붙여도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이상열기 속에서는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지금처럼 '찬바람’이 불 때가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때라는 것.

벤처기업을 경영했던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아무리 뒤가 든든해도 벤처기업의 성공 여부는 시장이며, 정치권과의 관계는 종속변수”라고 말했다.

만일 '정현준 게이트’에서 불법 대출된 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확인된다면 이는 벤처와 정치권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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