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공동성명 특징]북, 남북관계 변화 바탕 美대화 시인

  • 입력 2000년 10월 12일 23시 08분


북한 관영 방송들이 12일 발표한 북―미 공동성명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북―미간에 발표된 성명과 차별성을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면서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애써 미루려 했던 과거 사례들을 되돌아보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공동성명에서 “역사적인 북남 최고위급 상봉(남북정상회담)에 의해 조선반도 환경이 변화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쌍무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들을 취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기본합의문(94년10월)에서 ‘(북―미간) 합의문이 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대화에 착수한다’고 마지못해 남한을 언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기본합의문 발표이후 남북대화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공동성명은 북한 스스로 남북관계에 기초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미국도 이를 지지한다는 점을 공식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공동성명의 또 다른 특징은 북―미간 현안의 포괄적 해결방향을 담고 있는 것. 정부 당국자는 “공동성명을 들여다보면 세부적 합의사항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체성보다는 향후 북―미관계 개선의 전반적 방향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조명록(趙明祿)특사의 방미와 관련해 양측이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동성명에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자구만을 따지면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키로 합의했던 제네바 기본합의문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발표형식도 독특하다. 보통 공동성명의 경우 양측이 함께 발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은 12일 오후5시 관영 방송매체를 통해 먼저 발표했다. 미국시간으로는 오전4시라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는 조명록특사의 미국 출발시간이 오전이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 북한이 직접 특사를 보내서 공동성명이란 성과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 정규방송이 오후 5시 시작해 밤 11시반에 끝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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