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비료지원액, 민간모금부분 4만t 기업에 강제 할당

  • 입력 2000년 10월 11일 00시 07분


지난해 북한에 무상지원한 비료 중 민간모금부분 4만t(130억여원 상당)은 대부분 정부가 각 기업에 강제 할당해 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10일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가 예산 전용을 위해 99년6월에 가진 제140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사장이던 한갑수(韓甲洙·농림부장관)이사회 의장은 “정부가 북한에 비료지원 계획을 세웠지만 적십자사가 주관하는 민간모금이 대단히 부진하다”며 “정부의 관계부처 장관들이 회의를 해 5대 재벌과 4대 공기업에서 내도록 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는 이어 “한국통신 포철 한전 가스공사가 합쳐서 30억원, 5대 재벌이 10억원씩 내고 이미 조성한 20억원과 무역협회의 10억원, 대한상공회의소의 10억원으로 120억원을 조성해 비료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각하지 않았던 기부를 하게 됐다”며 “주주인 정부가 결정했는데 반대할 수도 없고…”라며 마지못해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는 심경을 내비쳤다. 결국 일부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가스공사는 대북 지원 자금으로 7억8000만원을 냈다. 지난해 초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접촉을 위해 북측에 비료 등을 무상지원하고 무상지원분의 상당부분은 민간모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상외로 민간모금이 부진하자 공기업과 재벌그룹에 비료대금을 할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의원은 할당액 염출을 위해 소집된 포항제철의 지난해 5월28일 제6회 이사회 의사록도 공개했다. 포철 이사회는 당시 10억원의 성금 출연을 의결했다.

<하태원기자> scoo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