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교섭단체 무산 진로고민]"갈 길은 독자투쟁뿐"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47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하자.”

“통일부장관 해임결의안을 내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원점 회귀’ 합의에 격앙한 자민련 의원들 사이에서 온갖 독자노선 추진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도 “원내교섭단체라는 짐을 벗어버린 이상 앞으로 ‘공격시간표’를 만들어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제기되는 원내외 투쟁방안이 제대로 실천에 옮겨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원내투쟁만 해도 법안 등의 제출을 위한 의석(20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독자노선을 취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나라당과 공동발의하는 방안도 있지만 한나라당은 자민련을 대화의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양당구도의 틈새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이쪽 저쪽 바꿔가며 편을 드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원외투쟁도 마찬가지. 당 관계자는 “보수단체와 연대해 남북관계 등에 대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대전 등 텃밭에서 장외집회 같은 행사를 열자는 주장도 있지만, 과연 자민련의 ‘화풀이’식 투쟁에 호응해줄 시민이나 단체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문제는 비정상적 지도체제 해소 등 당 내부문제로 귀결되면서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때 추진을 검토하다 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로 흐지부지됐던 ‘소(小) 3당 연합’ 구상도 서서히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