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영수회담 제의]절차 싸고 첫발부터 '삐끗'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5일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함에 따라 2개월 정도 계속된 파행 정국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닫힌 문이 열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매듭이 여전히 많다.

우선 민주당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먼저 여야 중진회담을 열어 영수회담 내용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정상회담도 실무선에서 뭔가 얘기가 된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영수회담 제의는 이총재의 위상 올리기”라며 “실무 조율 없이 두 분이 만나서 싸움만 하면 어쩌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자신들이 먼저 중진회담을 제의했는데, 이총재가 이를 무시한 채 영수회담을 역제의하면서 청와대와 직거래를 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청와대는 당에 일임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영수회담에 대해 “당이 결정할 문제다. 중진회담을 당에서 제의했지 않느냐”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청와대측은 또 27, 28일엔 대통령의 지방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사전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영수회담을 하려면 이번 주말에나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당이 마음대로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하더니, 이제 국회에 들어오겠다며 절차까지도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거냐”고 불평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의 생각은 다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여야 현안을 다 알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중진회담이나 총무회담을 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정규(梁正圭)부총재는 “당별로 중진 4, 5명이 모여 얘기를 해봐야 쉽게 결론도 나지 않고, 결국에는 여당의 흐름에 말려들게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대구집회가 예정된 28일을 시한으로 잡고 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여당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으면 예정대로 장외집회(대구집회)를 강행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같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야가 조만간 국회 정상화에 합의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야 모두 국회 파행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남은 쟁점은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후 특검제 실시 정도로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영수회담 쟁점 여야 입장
쟁 점한나라당 입장 변화(→)민주당 입장
국회법 날치기대통령 사과 및 원천무효 조치→원천무효 조치여야합의에 의한 국회법개정안 재발의로 날치기안을 사실상 원천무효
선거비용 실사개입대통령 사과 및 특검제 실시→국정조사우선은 검찰수사 관망
한빛은행 불법대출특검제 실시→국정조사 후 미흡할 경우 특검제 실시검찰의 재수사 지켜보고 미흡하면 국정조사문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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