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수교협상]양측 회담타결의사 확인 성과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7분


22일과 24일 일본에서 이틀간 세차례에 걸쳐 열린 제10차 북―일 수교교섭은 성과 없이 끝났다. 예상한 대로였다. 사과와 배상을 통해 먼저 과거를 청산하라는 북한측과 일본인 피랍문제 선결이란 일본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탐색전’은 끝났고 11차 본회담부터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몇가지 긍정적인 조짐이 있었기 때문.

우선 협상을 계속하자는 데 합의했다. 4월 평양에서 7년반 만에 교섭이 재개됐지만 5월 도쿄(東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0차 회담은 북한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연기됐다. 이번 회담은 7월말 태국 방콕에서 백남순(白南淳)북한외상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외상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정부는 북한의 이런 태도 때문에 협상이 이어질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양측 모두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하는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외교관계가 없는 일본은 소외되다시피 하고 있다. 수교를 위해서 사과와 보상은 어떤 형식으로든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납치문제만 해결되면 수교를 미룰 필요가 없다.

북한도 한반도 해빙무드를 이용해 일본에서 경제재건에 필요한 보상금을 받아내고 싶어한다. 세계 각국이 북한의 활발한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일본 정부 일각에는 북한이 금년 내로 교섭을 끝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회담을 둘러싼 여건도 좋다. 북한 대표인 정태화(鄭泰和)대사와 일본 대표인 다카노 고지로(高野幸二郞)대사는 23일 저녁 예상보다 훨씬 길게 4시간이나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회담진행 방법에 대해 상당한 의견조정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내달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와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성사되면 수교협상은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기사라즈〓심규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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