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상봉 이틀째]북측 방문단 오찬 이모저모

  • 입력 2000년 8월 17일 15시 31분


○…북측 방문단과 남측 상봉 가족들은 17일 2차 개별상봉을 가진 뒤 쉐라톤 워커힐 호텔 지하 1층 `선플라워'에서 뷔페식으로 공동 오찬을 가졌다.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만남의 시간을 주기 위해 오찬은 10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만 공개됐다.

○…신재순(89) 할머니는 50년만에 다시 찾은 아들 조주경(68)씨의 곁에 앉아서 "슬퍼서 눈물이 나고 기뻐서 눈물이 나고 그런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 할머니는 특히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손자들을 보고 싶은 듯 "위가 딸이지" 라며 손자들에 대해 물었다.

조씨는 "딸 둘에 아들 둘"이라고 대답하며 손자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달래고 있었다.

조씨는 "너무 빨리 가 아쉽다. 조금 오래 봤으면 싶은데..."라며 눈시울을 붉힌채 꼭 잡은 어머니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어머니 신씨는 "손자들이 보고 싶다. 그렇지만 법대로 해야지"라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볼 수 있겠지"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훗날'을 기약했다.

○…리록원(69)씨는 "7천만 동포가 조국 통일에 한마음이니 곧 통일이 될 것"이라고 오히려 친척들을 위로했다. 이씨는 "통일된 조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했다.

동생 조원(67.강원도 강릉시 교동)씨는 형님 잔에 술을 가득 따라준 뒤 "빨리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라며 온 가족의 건배를 제안했다.

○…정창모(68)씨는 상봉가족 인원 제한으로 그동안 만나지 못하다 가족들의 출입증을 빌려 오찬장에 참석한 조카 진양(27)씨의 손목을 잡은 채 기뻐했다. 진양씨는 "큰아버지를 만나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또 리운룡(68)씨의 동생 경자씨는 "아직도 꿈인가 생시인가"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지난 3일간의 상봉의 기쁨을 되새겼다. 리씨는 "(만나고 다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하며 동생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리복연(73)씨의 가족들은 이번에 혈육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듯 주변에서 생사를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10명의 인적사항을 적은 종이를 이씨에게 보여주며 근황을 물었다. 이씨는 "아는 사람이 없다"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B조 50명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오찬 장소인 워커힐호텔 선 플라워 룸에 재남 가족들의 손을 맞잡고 첫날 긴장된 표정과는 달리 밝은표정을 지우면서 들어섰다.

방문단 중 일부는 고령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부모의 휠체어를 직접 밀면서 들어와 카메라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제주도가 고향인 홍삼중(65)씨는 테이블에 착석하자 형 인중(75), 동생 성제(62)씨와 맥주잔을 들어 "또 만나자"며 건배.

외과의사인 홍씨는 "통일이 되면 고향 제주도에서 인술을 베풀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

○…강원도 춘천시가 고향인 문병칠(68)씨는 "서울에 오기 27일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 가슴에 한이 남는다"고 애통. 문씨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작은 어머니를 만나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며 옆자리에 앉은 작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놓치 않았다.

문씨는 "젊은 사람들은 이 비극을 잘 모를 것"이라면서 "조선사람끼리 단결하고 통일해야 한다"고 통일을 강조.

○…이날 낮 서울 남대문로 힐튼 호텔에서 열린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A조)을 위한 오찬에서 가족들은 사흘째 만남이 이어지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오붓한 오찬을 즐겼다.

한 테이블에서는 남쪽 가족들이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종이에 인적사항 등을 깨알같이 적어와 아는 사람이 있나 봐달라고 하자 북측 가족들은 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월북 당시 국립종합대교 사범대학 교원양성소 학생이었던 박명규(73)씨는 남쪽의 동생과 형, 조카 등을 만나 회포를 풀며 일정 마지막 날을 보내는 소감을 피력.

그는 "기자동무는 당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 와 50년간 생사도 모르고 지내던 형님과 동생, 조카들을 만나니 기쁘기 그지 없다. 한 마디로 감개무량하다"며 가족상봉의 감회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떠나게 된 걸 생각하면 좀 서운하고 더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고…, 다만 이제 빨리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에서 합의본대로 교류가 더활발해지고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헤어지는 아픔과 다시 만날 기대감을 피력.

그는 '남쪽 주민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주문에 "그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고 감을 통해서 우리 조선 민족이 화합하기는 아주 쉽다는 점이다. 비록 50년동안 헤어져서 서로 풍속이라든가 서먹서먹한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이번에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위에서 옳게 처리만 되면 우리 민족의 통일은 간단하다고 본다"며 "조국통일을 위해 합의본대로 이곳 인민들도 잘 싸워줬으면 좋겠다"며 통일을 위한 노력을 강조.

형 남규씨는 "오늘 특별한 얘기는 않고 그저 가정 얘기만 했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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