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눈물닦을 손수건 준비 인상적" 서울發 외신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15분


미국의 CNN 방송과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은 15일 일제히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을 ‘긴급기사’로 타전하면서 상봉 상황을 시시각각 중계하다시피 전했다. 외신들은 “이산가족 상봉이 한국전쟁 이후 50년 동안 지속된 ‘두 개의 한국’ 사이의 단절을 뚫고 통일로 향하는 길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15일 서울발 기사에서 “두 개의 한국은 과거 상대방 체제의 전복에만 힘을 쏟다가 최근 몇 달 사이 화해의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양측의 반목을 일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

AFP통신은 “사상 처음 냉전시대의 적이었던 남과 북이 광복절을 함께 축하했다”면서 “수백만명의 이산가족들에게 상봉은 ‘분단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희망의 빛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 이 통신은 “이산가족 상봉장소에 (상봉할 가족들이 흘릴 눈물을 예상한 듯) 엄청나게 많은 화장지와 손수건이 준비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보도.

두 통신과 미국의 CNN 방송은 “남측은 7만6000여명의 신청자 가운데 100명의 상봉 대상자를 컴퓨터 추첨으로 뽑은 반면 북한의 상봉대상자는 모두 월북자로, 화가 과학자 등의 저명인사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남측은 의구심을 씻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

○…독일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14일 ‘50년만의 재회’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이번 상봉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고 강조. 이 신문은 “이번 상봉은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구체적인 성과”라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베일에 가려 있던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조심스러운 개방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

그러나 이 신문은 “이산가족 상봉으로 나타난 김위원장의 인간적인 태도가 지속적인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이산가족 상봉의 형식이 매우 딱딱하다”며 “이산가족들은 격리된 호텔 리셉션홀에서 단체로 상봉하고, 고향방문과 성묘도 허용되지 않았으며, 3일간의 방문 일정은 대부분 관광에 할애돼 있다”고 지적.

○…영국 BBC 방송은 14일 판문점의 남북한 연락사무소 개설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으로 한반도는 ‘화해 주간’의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보도. 방송은 비무장지대 한가운데에 있는 남북한 연락사무소는 첨단 통신장비를 갖추고 있어 남북한이 비상 상황에서도 신속한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부연.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