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방북교육]선물등 '여행 안내' 위주 짜여져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7분


“방북교육이 아닙니다. 여행안내와 비슷한 안내교육입니다.”

통일부 최병보(崔炳輔)통일교육원장은 8·15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평양에 갈 대상자들에 대한 교육이 실질적인 내용 위주로 짜여졌다고 강조했다. 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방북 때와는 교육 내용과 질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당시는 남북이 냉전의 울타리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 따라서 ‘이념적 무장’이 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평양에서 부친을 상봉했던 이재운(李在運)변호사는 “정부는 ‘우리도 잘 산다는 것을 알고 가라’며 현대 미포조선소와 창원 공업단지 등 국내산업시찰을 시켰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한화와 달러 모두 한푼도 가져가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고, 아버지께 사진 한 장 드리지 못했다”며 지금도 이를 아쉬워했다. 통일교육원 김용재(金容在)교수는 “85년 당시에는 규제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가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안내성 교육을 할 계획”이라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언행과 호칭 문제 등 북한측 가족들과 만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교육에는 선물을 비롯해 가져가도 되는 물건과 가져가서는 안되는 물건들에 대한 사전 주의도 포함돼 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들에게 보낸 안내장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법상 금지품목인 △성분을 알 수 없는 약품 △마약 △독약 △보호문화재 △동물 식물 흙 등은 가져갈 수 없다. 이들 품목은 평소 해외여행 때도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다. 또 TV도 남북이 송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가져가 봤자 쓸모가 없다.

반면 △손목시계 △전자계산기 △반지 △넥타이 △홍삼정 △영양제 △의약품 △속옷 등은 북한주민들이 선호하는 품목으로 가져가도 된다. 다만 너무 비싸거나 사치스러운 것은 곤란하다. 또 정치적 이념적 성격이 담긴 선물은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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