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외무회담]"상견례 불과…관계개선 말할때 아니다"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00분


미국과 북한이 첫 외무장관 회담을 추진하는 등 겉으로는 관계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미 관계의 진전에 신중한 입장이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균형감각을 지녔다는 맨스필드 태평양연구소의 고든 플레이크 국장을 23일 만나 의견을 들어 봤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첫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북―미 외무장관 회담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 같다. 형식도 어떤 의제를 놓고 타결을 모색하는 협상이나 대화라기보다는 상견례 차원의 성격이 짙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관계개선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 기간 중 골치 아픈 북한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앨 고어 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은 현안이다. 북한도 곧 물러날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미국은 그렇게 쉽게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줄 입장이 못된다. 일본인 실종자 납치 의혹 등 북한이 먼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지 않은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펼치는 공세적인 외교를 어떻게 보는가.

“희망적인 징후이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진 선봉과 남포 등을 개방하겠다던 북한의 경제 계획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정치 경제 개혁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긴 이르다.”

―한국엔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남북이산가족 교류 등은 북한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박수를 칠 때는 양손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 손은 움직이지 않은 채 다른 손만을 움직여도 칠 수 있다. 지금 남북관계는 한쪽 손만을 이용해서 치는 박수와 같다. 한국이 적극성을 띠고 있어 박수소리가 나지만 북한은 아직 손뼉을 마주 칠 뜻이 없는 것 같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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