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제]여야 경기高 동문의원들 감정싸움 양상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50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의원이 고교(경기고) 선배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공개 비난한 데서 비롯된 국회 파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여야의 경기 동문 의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겁다.

전체 동문 의원 26명의 3분의2인 17명이 몰려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새카만 후배가 9년 선배에게 그럴 수 있느냐”며 일방적으로 정의원을 질타했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17일 “동문 선후배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의원을 비난했다. 박주천(朴柱千)의원은 “15대 총선 때 낙선했다가 4년 만에 재기한 정의원을 소속 정당을 떠나 도와주려 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정이 싹 가신다”며 고개를 저었다.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도 “내가 골초이지만 고교 대선배인 총재 앞에서는 담배 한 대도 안 피우는데 정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그럴 수 있느냐”며 “정의원은 앞으로 동문회에서 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원의 발언이 있었던 1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경기고 동문 의원들이 줄줄이 나서 정의원을 극렬히 비난했다. “이런 후배를 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유흥수·柳興洙), “한 해 선배도 깍듯이 대하는데 9년 선배에게 망발을 하다니…”(황승민·黃勝敏), “시정잡배만도 못한 사람”(정인봉·鄭寅鳳)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는 “정의원의 행동이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할 말을 한 것 아니냐”며 정의원을 두둔하는 말이 많았다.

유재건(柳在乾)의원은 “삿대질까지 한 것은 부적절했지만 때늦은 선거부정 주장으로 대정부질문을 도배질한 야당도 잘못”이라며 “이총재가 정치를 오래 했으면 대응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李在禎)의원도 “정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료 의원을 고발하는 태도를 문제삼은 것인데 국회에서의 이런 발언을 두고 고교 선후배 운운할 수 있느냐”고 정의원을 감쌌다.반면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책임 시비를 떠나 이런 사태 때문에 정치가 꼬여서야 되겠느냐”며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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