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회담 큰 수확]적십자본회담 15년만에 부활

  • 입력 2000년 6월 30일 01시 19분


코멘트
남북이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85년 이후 15년간 중단됐던 적십자 본회담 개최에 의견을 접근시킨 것은 예상을 넘는 수확이라 할 만하다.

특히 85년12월(10차 적십자 본회담)이후 중단됐던 적십자 본회담은 생사 확인→서신 교환→상봉→재결합을 상정한 근본적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었다. 따라서 본회담 재개가 항상 원점에 머물러 왔던 이산가족 문제의 본격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남북적십자회담의 원만한 타결은 남북 정상간의 ‘6·15공동선언’의 이행에도 탄력을 주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적십자회담이 남북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첫번째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이번에 남과 북이 종전 대결 구도의 회담의 틀에서 벗어난 것도 하나의 수확. 양측은 29일 열린 2차회의에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수정안을 제시해 타결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대화 형태를 선보였다.

그동안 남북대화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던 ‘벼랑끝 전술’도 이번 회담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북측은 27일 1차회의에서는 ‘선(先)미전향 장기수, 후(後)이산가족 교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종래의 기선 제압을 노리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북측이 29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3개항의 수정안은 적십자 1차회담에서 남측이 제안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것.

북측이 이처럼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미 ‘6·15공동선언’에 합의한 만큼 양측 정상 합의의 첫 시험 무대인 적십자회담에서 대결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남측도 이같은 북한의 전향적 태도에 호응해 국군포로 귀환 문제를 고집하지 않고 당초의 장기적 전략 개념에 따라 ‘광의(廣意)의 이산가족 틀’ 속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국군포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취재까지 거부했다. 향후 남북간의 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음을 예고한 대목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