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제는 우리가…" 새 紀元을 만든 사건

  • 입력 2000년 6월 14일 23시 4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4일 단독회담을 통해 이뤄낸 합의사항은 그동안 남북문제를 줄곧 지켜본 국내외 전문가들의 기대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물이다. ‘새로운 역사적 기원을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부족하지 않을 듯 싶다.

남북정상회담에는 두가지 차원에서 기대가 있었다.

첫째는 최소한의 기대였다. 즉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이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악수하는 사건이 보여주듯 정상회담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이었다. 이는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분단 55년 넘게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던 한반도가 분단과 갈등을 넘어 본격적으로 평화정착을 향해 간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행위이기도 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는 최대한의 기대 또한 걸려 있었다. 두 정상이 상징적인 ‘만남’을 뛰어넘어 뭔가 구체적인 성과물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기대였다. 김정일위원장이 공항에서 보여줬던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 노약자를 제외하고 평양시민이 모두 나왔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성대한 환영인파 등은 이같은 구체적인 성과물을 예비하는 전조였다. 두 정상은 결국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제 두 정상이 이산가족상봉, 남북간 화해 및 통일 긴장완화와 평화정책 등의 의제에 대해 대체적인 가닥을 잡아 놓은 만큼 실무회담을 통해 결실을 맺을 것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성과물이 우선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평화선언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는 두가지 측면에 의해 조건지어졌다. 첫번째는 민족내부, 즉 당사자간 문제였으며, 둘째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의 역학관계로 특징지어지는 국제적 측면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심각했다. 지금까지는 오히려 북한핵문제와 미사일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회담과 한미일 공조 등 국제적 측면이 더욱 강조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72년의 7·4공동성명,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남북한 긴장완화를 위한 당사자간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결국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실천하기 위한 뒷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남북한 당사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당사자주의’가 복원되어 한반도에 본격적인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을 통한 민족통합과 통일의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남북의 두 정상은 당리당략적 차원을 넘어 민족거시적 차원에서 차분하게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실용주의적인 자세로 남북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또 남북문제가 앞으로 더욱 큰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주고받는 호혜적인 접근이 기본원칙을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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