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서울과 다른 모습의 평양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평양은 단핵화(單核化), 서울은 다핵화(多核化).’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의 갖가지 모습이 TV를 통해 우리 안방에 그대로 비치면서 서울과 평양의 도시적 특성을 비교하는 계기도 됐다.

북한 관리들은 “평양은 국가주도의 엄격한 계획도시로 출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은 다르다. 서울 시민들은 “TV를 통해 본 평양은 전체적으로 계획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양대 서현(徐顯·건축학과)교수는 “간판이 없고 구호만 있는 평양은 몇몇 엘리트가 없으면 도시의 진화가 없을 것 같다”며 “서울은 혼란스럽지만 자생력을 갖춘 도시”라고 평했다.

평양의 면적은 2800㎢로 서울보다 4배 정도 넓지만 시가화 구역은 5%에 그쳐 실제 서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또한 서울이 1050만명으로 평양(330만명)의 3배에 이르러 혼잡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도시계획▼

평양은 동서 방향으로 집중 개발됐다. 시가지 동쪽에 주체사상탑과 김일성광장 인민대학습당을 동서로 잇는 중심 축이 자리잡았다. 광복거리와 청춘거리가 있는 시가지 서쪽의 서평양은 외교가 등이 밀집한 신개발지. 서울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개발이 확산된 케이스. 한강 북쪽의 강북권에 이어 시차를 두고 강남권이 집중 개발됐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평양의 도심 개발은 중앙에만 집중된 반면 서울은 도시 전체가 개발돼 있다”고 말한다.

주거지 개발도 다른 양상이다. 서울은 철저히 ‘단지’ 중심으로 아파트 등 주거지가 배치됐다. 대신 거리의 전면에는 상업 업무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평양은 주거지가 거리의 전면에 등장한다. 거리 양쪽에 주택과 공공시설 상점 등이 함께 배치돼 도시 경관을 주도하고 있는 것. TV에서 평양의 거리에 대형 고층아파트가 늘어선 모습이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건축▼

평양의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기이한’ 형태가 많다.

한동안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전통적인 기와집 지붕을 현대화한 옥류관 인민문화궁전 인민대학습당 등이 주류를 이루던 평양의 건축물은 70, 80년대 들어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크고 높은’ 건물들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고층 건물보다 무조건 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것. 보통강 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유경호텔이 대표적 건물. 하지만 이 호텔은 90년 12월 프랑스 기술진이 계약조건 문제로 철수하면서 완공을 보지 못한 채 ‘흉물’로 남아 있다.

북한 건축을 연구해온 목원대 이왕기(李王基·도시건축공학부)교수는 “이념적 차이가 있겠지만 평양의 계획적 도시건설방식과 상업화로 치달은 서울의 도시개발을 조화하는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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