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당위성 공감 방법론 이견 "재벌개혁,해야 하지만…"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여야 정치권은 23일 재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대립양상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는 재벌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재계 반발기류에 촉각 "강력한 개혁의지 보여줘야"…'민주당'

재벌개혁에 대한 반발 기류와 관련해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이날 “재계가 정색하고 말한 것이 아니라 늘 하던 얘기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해봐야겠다”고 말하는 등 내심 신경을 쓰는 눈치.

한 당직자는 “16대 총선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재벌의 반발이 노골화하거나 물밑으로 야당에 줄을 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총선이 끝난 만큼 분위기가 해이해지지 않도록 강력하고도 일관된 재벌 개혁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

민주당은 이에 따라 현대 삼성 등 4대 그룹에 대한 주식이동조사 등 재벌 개혁을 위한 조치들이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직결되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라는 원칙론을 내세워 총액출자 제한 등 2단계 개혁 프로그램의 지속 추진을 위한 당정협조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간섭-입김 지나쳐 재벌 줄세우기 의혹"…'한나라당'

재벌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 정부가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지나친 간섭과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부가 개별기업의 구체적 개혁내용까지 간섭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재벌개혁은 재벌 스스로가 시장경제원리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

이한구(李漢久)정책실장도 “금융감독위원회는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를 만들라고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해체하라고 하는 등 정부 부처 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고 설명.

한나라당은 또 세무조사와 주식이동조사 등을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순수한 목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최근 정부의 강경한 재벌정책은 ‘기강잡기’와 ‘재벌 줄세우기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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