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여야의원 긴급제안]정범구-김부겸당선자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24일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 간 회담은 과거의 여야 영수회담과는 다른 정치적 환경의 산물이고, 따라서 그 무게와 국민이 거는 기대치가 다르다. 영수회담을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신인 당선자들이 두 당 총재에게 ‘드리는’ 고언(苦言)을 소개한다.》

▼김부겸 "타협정치 계기로"▼

‘4·13’총선 후 처음으로 열리는 24일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97년 대통령선거 이후 두 차례 있었던 여야 영수회담이 국민에게 실망감만 거듭 안겨준 과거의 행태는 이번에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여야 총재는 특히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의, 즉 ‘더 이상 여야가 극한대결로 치닫지 말고 타협의 묘미를 살려 생산적인 정치를 하라’는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정전반을 책임지는 김대중대통령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파트너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대통령이 관권 금권선거 문제 등 현실을 인정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인 뒤 야당을 상대로 국정운영 협조를 요청한다면 회담의 성과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야당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등 민족적 중대사에 대해서는 흔쾌히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당의 성의있는 모습이 있어야 하겠지만 야당도 무조건 ‘딴죽을 거는’ 식의 구태는 탈피해야 한다. 민생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로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국민은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총선 후 당선인사차 만난 많은 지역주민들이 “이젠 (1인 보스의) 홍위병 노릇은 절대 하지 마라”고 여러 차례 주문하고 있는 데서도 이 같은 민심의 기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김부겸<한나라당 경기 군포 당선자>

▼정범구 "신뢰회복 급선무"▼

예를 들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사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상호주의 포기 불가 등 몇 가지 ‘전제’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김대중대통령도 설득할 것은 설득하되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

아마 야당은 선거사범 수사나 병역비리 수사 등의 문제를 꺼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원론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를 빌미로 야당이 영수회담의 의미를 격하하거나 하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 이총재가 부드러운 이미지로의 변신을 시도한다면 이번 영수회담이 확실한 호기라고 본다. 유권자들은 여야 정쟁에 정말 신물이 난다는 사실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

두 분이 그렇게 상호 진솔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적인 어젠더, 정치권 전체의 방향에 대해 여야 영수가 신뢰하는 분위기가 돼야 정치도 국회도 한걸음 발전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야당 총재가 정치의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는 만큼 당내에 정책적 분파를 허용해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크로스보팅을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사를 당론으로 해결하려 하니까 의원 수에 매달려 힘을 소모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회의장 선출도 의원들의 자유선택에 맡기고 의장으로 선출되는 사람은 당적을 이탈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정범구<민주당·경기 고양일산갑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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