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대북경협등 이견 풀지 관심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여야 영수회담이 24일로 전격 성사된 것은 16대 총선 결과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인식이 일단 비슷한 맥락으로 조율된 결과다.

제2당을 차지하는 데 그친 민주당으로서도 대야(對野) 관계 재설정은 ‘외통수’로 볼 수 있다. 제1당인 한나라당과 극렬한 대립 관계를 되풀이할 경우 집권 후반기의 국정 운영에서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리라는 공감대가 여권 내에 형성됐고 이런 흐름 속에서 여야 영수회담이 성사됐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으로서도 ‘국정 발목잡기’ 인상 탈피가 시급한 과제였다. 한나라당이 당초 몇가지 조건을 내세웠다가 철회한 것도 대화를 바라는 여론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렵사리 마주앉은 이번 회담에서 파일 대로 파인 불신과 반목의 골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가장 무게를 두는 대목은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 선언. 이를 위해 이총재는 선거사범 수사를 통한 의석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미 ‘여야를 막론한 엄정한 선거사범 수사’를 공언한 상황.

여권은 구제역 파동, 산불, 증시불안 등 민생 문제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야당의 협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는 이미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상호주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협과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을 약속한 김대통령과 엇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의제는 실무협상에서 논의하겠지만 쌓일 대로 쌓인 여야와 두 지도자의 불신 때문에 이번 회담에 기대를 걸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한광옥실장-이회창총재 밝은 표정▼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여야 영수회담 제의를 전달하기 위해 당사를 방문한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을 반갑게 맞았다.

○…오후 3시 총재실로 이총재를 방문한 한실장은 “‘4·19’ 40주년 되는 날 총재를 방문하게 돼 더욱 뜻깊다”면서 “김대통령께서 영수회담에 관해 이총재를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설명. 이에 이총재는 “나도 영수회담을 열어서 국정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그러나 국정을 푸는 진실한 대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

이어 두 사람은 따로 총재실 내실에서 10여분 간 대화. 이 자리에서 한실장은 김대통령측 실무협의 책임자를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으로 하겠다고 설명하고, 한나라당 쪽에서 회담 날짜를 정하라고 주문.

○…이총재와의 면담이 끝난 뒤 한실장은 “얘기가 잘 됐다”면서 밝은 표정이었고 이총재도 “회담을 미룰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을 피력.

한실장이 돌아간 뒤 이총재는 당직자들과 긴급회의를 가진 뒤 영수회담 날짜를 24일 낮 12시로 결정하고 실무협의 책임자로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과 맹형규(孟亨奎)총재비서실장을 지명.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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