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정국 어디로]20년 '3金구도' 무너진다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42분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16대 총선 결과의 정치사적인 의미는 지난 20년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3김(金)정치’ 구도의 와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여력(餘力)의 한계를 드러낸 YS에 이어 총선결과 JP마저 ‘텃밭’인 충청권에 대한 영향력 퇴조현상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3김 중 두개의 축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텃밭에 대한 제어력 이완현상은 3김 중 유일하게 영향력을 보전하고 있는 DJ 쪽에서도 감지된다. 우선 눈길이 가는 대목은 호남지역에서의 무소속후보 당선.

실제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내에서 ‘마지막 공천권 행사’란 분위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남의 경우도 현상적으로는 65석 중 64석을 한나라당이 휩쓰는 ‘독패(獨覇)’의 양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집권세력에 대한 ‘반(反)권력적’ 감정의 분출일 뿐 한나라당이나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지지로 직결시킬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한마디로 피상적으로는 지역감정의 고착화 현상이 엿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3김 구도의 해체와 함께 지역감정의 이완 조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게 정확한 분석인 듯하다.

아무튼 3김 구도의 해체는 필연적으로 대권 예비주자들의 경쟁구도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당 내부의 대권 예비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16대 대선을 겨냥하는 차기 주자들이 권력투쟁적인 정치기술만을 선보였을 뿐 국가적 이슈를 창출하거나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회창총재가 14일 회견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여권과의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도 ‘평상(平常)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구성 협상에서부터 정계개편 가능성 등 구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면 정국의 앞길에는 암초가 적지 않은 형국이다. 우선 원구성 협상만 해도 여권은 ‘순리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등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다수당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직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초장부터 난항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여권은 물론 한나라당도 과반수 확보를 이유로 자민련과 무소속 후보의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 정계개편 파문도 피해가기 어려운 지뢰밭이다.

무엇보다 각 당 내부의 차기를 겨냥한 경쟁구도가 외부와의 대립 격화라는 모순된 상황을 빚어낼 가능성이 커 정국은 여야의 ‘타협정치’ 다짐 속에서도 매우 유동성이 큰 불안정한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 dk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