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접전지 개표 표정]이변…이변…손에 땀쥔 한밤

  • 입력 2000년 4월 14일 00시 00분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전이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30여개 격전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불과 2% 이내로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 시소게임을 벌여 양 후보 진영이 밤새도록 가슴을 졸이며 ‘환호’와 ‘탄성’을 거듭했다. 》

▼서울▼

○…서울 종로구에서는 이날 오후 6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모두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가 약간의 표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

정후보는 “언론에서는 계속 내가 민주당 이종찬(李鍾贊)후보에게 뒤지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절대로 믿지 않았다”면서 “3차례나 낙선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이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고 분석.

그러나 이날 오후 6시반경 종로구청에서 개표가 시작되자 이후보측 참관인들은 처음엔 어두운 표정이다가 부재자투표 개표 결과 이후보가 다소 앞서나가자 희비가 엇갈리기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후보와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서울 중구청 강당의 중구 개표장에서는 두 후보진영의 참관인들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개표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

부재자투표에서는 정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거에 앞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했던만큼 어느 진영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긴장된 표정.

○…386세대의 대표주자와 4선 관록의 현역의원이 맞붙은 서울 성동 선거구에서는 출구여론조사 결과 선거운동 시작 전 20% 가까이 뒤져 있던 민주당 임종석(任鍾晳)후보가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후보를 누르고 당선권에 든 것으로 나타나자 흥분과 낙담이 교차.

임후보측은 6시경 KBS 출구여론조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환호성을 터뜨리며 상기된 표정의 임후보를 헹가래치는 등 한껏 고조된 분위기인 반면 이후보측은 6시 출구여론조사 결과를 본 뒤 이후보가 바로 자리를 비우는 등 침울한 반응.

임후보는 MBC 출구여론조사에서는 3.7%로 박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아직 알 수 없다’며 표정관리에 나섰고 이후보측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마지막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

○…15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회전에 나선 광진갑 민주당 김영춘(金永春)후보와 한나라당 김상우(金翔宇)후보는 출구여론조사 결과 김영춘후보가 당선권에 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쪽 모두 밤늦은 시간까지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팽팽한 긴장감을 감추지 않는 모습.

김영춘후보측은 “지난 선거에서도 자체 전화조사 결과 우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막판에 뒤집어졌다”며 초조한 표정이었고 김상우후보측은 “우리는 늘 뒷심을 발휘해 왔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

특히 밤 9시경 개표결과 김상우후보가 처음으로 김영춘후보를 따라잡자 희비가 엇갈리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긴장에 긴장을 거듭.

○…오후 6시에 각 방송사에서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린 서울 마포갑과 마포을 선거구의 각 후보들은 당황해하면서도 그만큼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는 듯 잔뜩 긴장한 분위기.

KBS는 마포갑에서는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후보가, 마포을에서는 민주당 황수관(黃樹寬)후보가 각각 우세하다고 발표한 반면 MBC는 마포갑에서는 민주당 김윤태(金倫兌)후보가, 마포을은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후보가 각각 우세한 것으로 반대의 조사결과를 발표.

이같은 결과를 놓고 양측 진영은 “우리나 방송국이나 접전을 벌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웃으면서도 내심으로는 잔뜩 긴장.

실제 개표가 시작된 뒤에도 이처럼 판세를 점치기 힘든 초경합세가 계속되자 마포갑과 을지역구의 개표소인 염리동 서울여고 강당 주변에서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참관인과 정당관계자들이 개표상황을 파악하느라 진땀.

개표소 안에 있던 한 후보자의 참관인은 강당 2층에서 노끈을 내려 아래쪽 참관인들과 문서를 주고받다가 선관위원장의 질책을 받기도.

한편 이 개표소에는 청년진보당 소속 20대 여성 14명이 나란히 참관인석을 지켜 눈길. 이 가운데 이지은씨(22·숙명여대 사학과 4년)는 “우리 후보가 당선되리라는 기대는 없지만 젊은이들이 주체가 돼 선거를 치르고 성실히 개표를 참관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갑의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후보 사무실은 원후보가 민주당 박범진(朴範珍)후보보다 출구조사에서 5∼10% 정도 앞서는 것으로 보도되자 “원희룡! 원희룡!”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

오후 8시경 사무실에 도착한 원후보는 상기된 얼굴로 100여명의 당원 및 자원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여성 당원들과는 진한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원후보는 “아버님(67)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라”는 당원들의 성화에도 “아직 개표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확정되면 올리겠다”며 신중한 모습.

반면 박후보 진영은 오후 6시 소속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이기고 제1당으로 부상했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접하고 환호하다 정작 자신은 원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몇분 만에 침울한 분위기로 반전.

▼경기 인천▼

○…선거운동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기 광명의 민주당 조세형(趙世衡)후보와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 진영은 투표가 끝난 뒤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안절부절.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조 후보는 차분한 모습으로 “아직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손후보 진영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세.

다른 선거구보다 다소 늦은 오후 7시반부터 개표가 시작된 광명 선거구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양측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개표 상황을 연출.

○…인천 남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후보 선거사무실은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상대방 이강희(李康熙)후보에 비해 8%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며 기뻐했다.

안후보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이날 오후 7시경 부인 김말숙(金末淑·39·약사)씨와 함께 인천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당선소감을 미리 밝혔다.

안후보는 “총선시민연대와 총선인천행동연대가 자녀 호화결혼식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보에 대해 집중낙선운동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표가 나에게 몰렸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2위를 차지한 이후보 사무실은 “끝까지 개표현황을 지켜봐야 승부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애써 자위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총선인천시민연대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직후 ‘인천시민께 드리는 감사의 글’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천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인천지역의 낙선대상자 4명 중 3명을 떨어뜨리는 유권자 혁명의 쾌거를 이루었다”며 “그동안 10차례의 낙선캠페인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공개 등을 꾸준히 벌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전 충청▼

○…대전 서구 한국통신연수원 강당에 마련된 서구 개표소에는 서갑, 서을 등 2개 선거구에서 90개 투표함이 수거돼 긴장된 가운데 6시30분 부재자 투표함부터 개표에 돌입. 300여평의 강당을 30개의 수은등과 100여개의 백열전구가 대낮같이 밝힌 가운데 개표요원 200명 등 모두 450여명이 작업에 참가. 3선을 노리는 서갑의 자민련 이원범(李元範)후보가 언론인 출신 민주당 박병석(朴炳錫)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는 출구조사가 공개됐지만 개표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자 양측 참관인 20여명은 투표함이 공개돼 개표결과가 확인될 때마다 휴대전화로 득표수를 지구당에 보고하는 등 긴장된 모습.

○…15대 총선에서 370여표의 근소한 차로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던 충북 청원의 자민련 오효진(吳效鎭)후보는 개표 초반 신후보에게 1000여표 차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당선”이라며 고무된 분위기. 오후보와 자민련 관계자 100여명은 청원군 지구당사에 모여 개표 집계에 몰두.

이에 비해 신후보측은 “총선시민연대가 낙선운동을 벌이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며 다소 침체된 분위기. 신후보는 초반 오후보에 비해 열세로 나오자 주변에 자신의 거취를 알리지 않고 개표방송을 지켜보았다. 측근들은 “후보께서 어디에 계신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변.

민주당 정종택(鄭宗澤)후보는 “오후보의 고향인 청원군 현도면 투표함을 먼저 개봉했기 때문에 오후보가 초반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라며 “개표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

▼광주 전남북▼

○…무소속 돌풍이 불면서 호남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던 전남 화순-보성에서는 개표 초반부터 무소속 박주선(朴柱宣)후보가 민주당 한영애(韓英愛)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양측의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

화순군 화순읍 선거운동사무실에서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박후보측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 100여명은 오후 9시를 넘으면서 한후보를 4000여표 이상 앞서나가는 것으로 집계결과가 발표되자 박후보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면서 “박주선 만세”를 연호해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

반면 한후보측은 출구조사에 이어 실제 개표결과에서도 박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오후 8시경 한후보가 선거사무실을 떠나 모처로 자리를 옮긴 뒤 당원과 운동원들도 “완패를 인정한다”며 하나둘씩 빠져나가 10여명의 지지자만이 사무실을 지키는 등 썰렁한 분위기.

▼대구 경북▼

○…갤럽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던 경북 봉화-울진의 경우 막상 개표가 진행되자 한나라당 김광원(金光元)후보가 5∼7%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

김광원후보측은 개표율이 30%를 넘어선 오후 9시경부터 김중권후보와의 격차가 10% 가량으로 벌어지자 박수를 치며 반기면서도 긴장감 속에 개표결과를 주시.

반면 김중권후보는 “아직 절반도 개표하지 않았는데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도 “역시 지역감정의 벽이 무서운 것 같다”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경북 안동의 경우 개표결과 민주당 권정달(權正達)후보가 2∼3%포인트 차로 육박하자 양 후보측은 시종일관 긴장된 가운데 개표상황을 주시.

권오을후보 선거운동원들은 “출구조사와 많이 다르네…”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권오을후보가 계속 리드를 지켜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

반면 당초 출구조사 결과를 전해듣고 침울해 있던 권오을후보측은 “이 정도면 어떻게 될지 막판까지 가봐야 안다”며 강한 기대감을 피력

○…서울대 법대 사제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북 칠곡의 경우 당초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후보가 10% 이상의 리드를 지키며 민국당 이수성(李壽成)후보를 앞서나가자 양측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

출구조사 결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던 민국당 이후보측은 막상 개표 결과 이인기후보와 상당한 표차가 나자 “이럴 리가 없다”며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일말의 기대감을 표시.

반면 이인기후보측은 “시골사람들이 출구조사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출구조사를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며 의기양양해하는 모습.

▼부산 경남▼

○…‘반(反)민주당 지역정서’를 극복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부산 최대의 경합지로 관심을 끌었던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서는 개표 결과 ‘한나라당 바람’에 힘입은 허태열(許泰烈)후보의 승리로 나타났다.

당초 승리를 예상했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 진영은 북구 대조초등학교에 마련된 개표장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봤으나 오후 10시경 허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크게 낙담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투표 종료 직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MBC는 오차범위 내인 허후보 45% 노후보 42.9%로, KBS-SBS는 허후보 50.4% 노후보 37% 득표로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KBS-SBS 예측이 정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보 진영은 13일 내내 출구조사 소식을 비공식적으로 얻어냈으며 오후 4시경 한때 3% 가량 앞섰다는 결과가 나와 잠시 안도했으나 패배를 확인하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노후보 진영은 12일까지 민주당 중앙당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 최대 9%까지 앞서고 있었다며 ‘막판 지역정서 작용’과 ‘젊은층의 저조한 투표 참여’가 패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농촌지역인 강서구에서 표를 잃었으며 도시색이 짙은 북구쪽의 표를 민국당 문정수(文正秀)후보가 상당 부분 잠식한 것도 패인의 하나로 꼽혔다.

노무현 후보는 오전에 투표를 마친 후 이날 내내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허후보 진영은 “선거운동 시작 전 우리가 뒤지고 있다던 여론조사 결과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결속하게 한 것 같다”며 “허후보가 2년간 강서구 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지역 곳곳을 누볐던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총선특별취재반>

또한 한나라당 바람이 주효했으며 노후보의 민주당 당권 및 대권도전 표명이 유권자들에게 거의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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