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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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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와 육군은 이날 남침 땅굴 의혹이 제기된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 민간 전문가, 취재진 등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 조사를 벌였다.
땅굴 주장이 나온 지하공간의 천장 부분은 지하 34.5m. 여기서 밑으로 높이 1m 가량의 공간이 있었다. 정박사가 카메라를 계속 내려보려고 했지만 한달 전 민간인들이 시추작업을 할 때 떨어져 나간 돌이 수북히 쌓여 진전이 없었다. 지하공간에선 부유물만 관찰됐다.
SBS TV 취재팀은 촬영 당시 카메라 2대를 벽면과 돌 사이로 집어넣어 더 내려간 뒤 좌우로 돌려가며 천장과 벽면 등 지하공간의 전체 모습을 잡아냈으며 카메라에 부착한 실로 규모가 높이 2m, 폭 2m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촬영을 마치고 SBS 취재팀이 찍은 VTR를 시청한 뒤 전문가 토론이 이어졌다. 정박사는 “인공땅굴이라면 군데군데 발파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고 벽면의 둥그런 구멍은 길이가 짧고 수직방향이라 천공(穿孔)자국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자원연구소 이병주박사는 “지질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카메라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한 100% 인공땅굴이나 자연동굴이라고 말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75년 제2땅굴을 발견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던 농어촌기반공사의 김영웅(金英雄)지하수사업처장은 “땅굴에선 빛이 좌우로 흩어져 카메라 전방이 시커멓게 나타나는데 이번엔 환하게 보여 지하땅굴이 아니라 아주 작은 폐쇄공간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이 오후 2시반경 끝나자 이장흠(李將欽·육군소장)합참 군사정보부장은 “군사 전략적 관점에서 북한 땅굴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SBS측과 민간인들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이수곤(李壽坤·토목공학)교수는 “문제의 변성암 지대에선 높이 2m, 폭 2m의 자연동굴이 형성되기 힘들므로 인공땅굴로 봐야 하지만 카메라로 지하공간의 규모를 단정할 수는 없고 직접 파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천〓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