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이상 과열'…이회창총재까지 가세 대혼전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의 충청권 민심잡기 공방에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가세하면서 충청지역이 여야 수뇌부의 최대 각축장으로 부상했다.

16대 총선전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도 유독 충청 지역의 선거 열기가 드높은 것은 이들 3인 수뇌부가 한결같이 충청권 기반 구축을 이번 총선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이 지역 출신이어서 선거 결과에 자존심까지 건 듯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김명예총재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의 일부 의석을 잃으면 자신의 향후 정치적 위상을 자신할 수 없게 된다. 작년 내각제 개헌 연기 이후 충청권의 적지않은 선거구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충청권에 대한 집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편이다. 김명예총재가 2일 고향인 충남 부여를 찾아 ‘지역감정 DJ 책임론’을 제기하며 ‘역(逆) 지역정서’를 부추긴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민주당 이위원장은 이런 김명예총재의 퇴조 기미를 십분 이용, 충청권의 패권 장악을 통해 2002년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려 연일 충청권 표밭을 누비고 있다. 실제로 그는 충청권의 거의 모든 행사장에서 “민주당과 이인제를 키워달라”면서 사실상 대선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3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의 대담에서는 “9월 전당대회에서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꿈과 비전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있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5일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을 찾아 자민련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도 충청권 선거전이 자칫 JP와 이위원장의 양파전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총재는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명예총재와 이위원장이 충남에서 ‘땅따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나는 충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뇌부가 직접 나서서 충청권 표밭을 달구다 보니 이 지역의 선거 판세는 어느 당의 우위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전 일색이다. 심지어 자민련 내부에서조차 “대전 충남북 24개 선거구 중 당선 안정권인 지역은 8, 9개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조사결과로는 자민련이 충남의 대부분과 대전 및 충북의 절반 정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2, 3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고 부동층도 30∼40%에 이르러 판세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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