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오른 '특정高 인맥']DJ 질타배경과 실태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정고’ 인맥에 따른 정실 인사 경고 발언의 배경과 현 정부 내 관련 인맥의 실상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경고 발언을 하고 곧바로 민정수석 산하의 이만의(李萬儀)공직기강비서관과 정무수석 산하의 정영식(丁榮植)행정비서관을 맞바꿨다. 이비서관이 신광옥(辛光玉)민정수석비서관과 같은 광주일고 출신이기 때문. 이 같은 급작스러운 인사는 최근 모처에서 올린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 이 보고서에는 호남의 K고와 또 다른 K고 등 두 고교 인맥이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 인사에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라는 것. 김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본 뒤 “과거의 그런 병폐를 개혁하기 위해 정권을 잡았는데 그대로 답습한다면 나중에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공군참모총장인사에서도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이 호남출신인데 공군참모총장마저 호남인사를 기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비호남인사를 발탁했다는 후문. 김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 주요 부처 ‘요직(要職)’의 출신고 현황과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청와대▼

청와대의 경우 일반의 인식에 비해서는 호남지역 ‘특정고’의 편중 현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은 편. 비서관급 이상 50여명의 공직자 중 광주고 광주일고 목포고 전주고 등 호남 명문고 출신은 30% 안쪽이다. 수석급 이상 중에도 민정수석 경제수석 복지노동수석 등 세명.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은 중동고 출신이나 중학교를 전주북중을 다녔기 때문에 호남 학맥으로도 분류된다. 이처럼 특정고 편중 현상이 완화된 것은 그동안 광주고 출신인 박주선법무비서관의 퇴진 등 몇 차례의 인사를 거치면서 지역색이 상당히 희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

▼검찰▼

검사장 이상 법무부 검찰의 고위 간부 39명을 출신 고교별로 분류하면 경기고가 6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고 5명, 목포고 4명, 대전고 3명, 부산고 2명 등이다. 고교의 소재 지역별로는 영남이 14명, 호남 11명, 서울 경기 10명, 충청 3명, 제주 1명 등이다.

새 정권 초기에는 박상천(朴相千)장관과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 신광옥(辛光玉·광주일고)법무부기획조정실장 등 광주고와 광주일고 출신들이 실세 그룹을 형성했다. 특히 법무장관은 광주고 출신 선후배간인 박장관과 후임 김태정장관은 물론이고 조선대부속고교 출신인 김정길(金正吉)장관까지 모두 전남 출신이다. 목포고는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 등 4명의 검사장과 서울지검 특수부를 지휘하는 임양운(林梁云) 서울지검 3차장,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맡은 박영관(朴榮琯) 법무부 검찰 1과장을 배출해 큰 세력을 형성했다.

최근 목포고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박상천법무장관시절엔 목포고가 ‘잘 나가던’ 광주고를 앞질러 요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현재 목포고 출신 검사장 이상은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과 김학재(金鶴在)대전지검장 정충수(鄭忠秀)법무부법무실장 김규섭(金圭燮)대검공판송무부장 등 4명. 또 중견간부로는 임양운(林梁云) 박영관(朴榮琯)검사가 서울지검의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과 검찰 인사와 예산에 대한 실무 책임자인 검찰1과장을 맡고 있다.

광주고와 광주일고 출신 검사장은 김대웅(金大雄·광주일고)대검중수부장과 조규정(趙圭政)부산고검차장 등 각각 1명.

이밖에 광주고 출신으로는 명동성(明東星)목포지청장과 이정희(李正喜)법무부조사과장 이충호(李忠浩)여주지청장 등이, 광주일고 출신은 강충식(姜忠植)순천지청장 문성우(文晟祐)서울지검형사7부장 박철준(朴澈俊)대검공안2과장 등이 있다.

목포고와 광주고 등의 약진은 ‘지역편중 시정’ 원칙에 따라 과거 정권때 ‘찬밥 신세’였던 호남 출신들이 제 몫을 찾은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경찰▼

경찰 고위간부들의 출신고교는 아주 다양하다. 현재 치안총감과 치안정감을 비롯한 치안감급 이상 경찰간부 24명의 출신고는 무려 21곳. 부산고와 부산사범고, 성남고 출신이 2명씩 있을 뿐 나머지 18명의 출신고는 모두 다르다. 요즘 잘 나간다는 MK(목포-광주고) 가운데 광주고 출신은 아예 없고 목포고 출신이 1명 있을 뿐이다.

출신지역별로 분류해 보면 24명의 경찰간부 가운데 부산과 경남북 등 영남출신이 9명(전체의 37.5%)이고 광주를 비롯한 전남북 출신이 5명(20.8%), 나머지는 서울과 경기, 충남출신이 각각 3명씩이고 나머지 1명은 충북 출신.

그러나 이무영청장 취임 이후 처음 단행된 총경급의 승진 인사에선 승진자 71명중 지방경찰 몫을 뺀 중앙경찰 38명 가운데 37%인 14명이 호남 출신이고 나머지 24명은 충청도 8명,서울과 경기 7명 영남 6명 강원 출신이 3명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선 특정지역 편중인사라는 뒷얘기가 무성했다.

▼국방부▼

국방부와 군의 주요 지휘관 면면을 보면 특정 지역의 고교 출신이 인맥을 형성한 듯한 현상은 보이지 않지만 호남출신 장성들이 핵심 요직을 차고 앉은 것은 사실.

우선 문일섭(文一燮)국방부 획득실장이 광주고, 조영길(曺永吉)합참의장이 광주숭일고, 이수용(李秀勇)해군참모총장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호남 장성으론 처음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던 김동신(金東信)예비역대장도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군내 동향 파악 등 영향력이 막강한 기무사령관에는 전주고를 나온 이남신(李南信)중장이 임명됐다가 지난해 10월 대장 진급과 함께 야전군 핵심인 3군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를 전북 고창고 출신의 김필수중장이 넘겨받았다. 김희중(金熙中)특전사령관도 조대부고를 나왔다.

군 내부에서는 ‘호남 약진’이 고위 지휘관보다 영관급 장교나 준장 소장급 인사에서 두드러진다.지며 이런 추세로 2∼3년이 지나면 외형상으로도 호남출신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

실제로 98년 10월에 단행된 장성인사에선 육군의 경우 준장 진급자 48명중 호남과 충청 출신이 각각 14명이고 영남이 13명으로 나타나 인구편차나 임관된 수에 비해 공동정권 출신 지역이 우대받았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준장 및 소장 진급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수십년간 잘못된 인사관행을 바로잡는 게 필요하며 오히려 진급 때마다 동기생중 선두주자를 달려온 이기현(李起炫·여수고)공군작전사령관이 지역안배를 이유로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되지 못하고 옷을 벗은 건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부처▼

산자부는 본부 국장급 이상 20명 중에서 광주일고가 3명으로 가장 많고 광주고가 2명. 광주 출신이 많아진 것은 정권교체 이후 광주고 출신 박태영(朴泰榮)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공정위는 국장급 이상 10명의 출신고교가 모두 다르다. 이 중 특정고교로 지목된 광주고는 1명이고 전주고도 1명.

기획예산처는 진념(陳稔)장관 이하 12명의 실국장급 중 김경섭예산총괄심의관이 전주고, 임상규경제예산심의관이 광주일고 출신. 부처 내에선 과거 TK, PK정권 시절 소외됐던 호남출신들이 뒤늦게 중용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 특히 핵심요직으로 꼽히는 예산실의 경우 그동안 호남 출신 실장은 강현욱씨가 거의 유일할 정도였다는 것.

금융감독위는 광주고 출신인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이 이헌재(李憲宰)장관의 후임을 맡아 호남인맥 약진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고교학맥으로 볼 때는 경기고 등 서울세가 압도적으로 우세. 이정재부위원장만 경북고 출신일 뿐 상임위원 2명과 기획행정실장 감독법규관 조정협력관이 모두 경기고 출신.

금융감독원은 실무 임원급(11명)과 33국6실의 실국장급 중 15명이 호남 인맥으로 분류돼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남세가 약진한 편. 이 중 광주고 광주일고 출신은 8명. 금감원 내에선 최근 금융시장에서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가면서 과거 정권 시절부터 호남인맥이 많이 포진했던 금감원 내 증감원 출신들이 각광을 받는 것으로 분석. 재경부의 경우 특정고교 출신들이 특별히 잘 나간다는 징후는 별로 없다. 장차관과 1급, 본부 국장 등 19명 가운데 경기고가 이헌재장관과 엄낙용차관을 포함해 5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고 경북고 용산고가 2명씩이다. 주무국장인 경제정책국장과 금융정책국장은 경기고 출신이다.

▼국세청▼

국세청의 경우 안정남(安正男)청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요직을 광주고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국세청의 핵심요직인 손영래(孫永來)조사국장과 작년말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정민(丁珉)조사1과장이 모두 광주고 출신.

조사국장의 경우 과거 영남 정권 시절에는 호남출신이 꿈도 꿀 수 없었던 자리.

또 안청장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납세자 서비스업무를 총괄하는 김용표(金容杓)납세지원국장 역시 광주고 출신이다. 차기 청장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성호서울청장(조선대 부속고) 봉태열중부청장(광주숭의고)도 광주지역 고등학교 출신들이다.

▼국정원▼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내 핵심인맥들의 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YS정권 하에서 인사 총무 국내정보 파트 등 요직을 장악했던 ‘김현철사단’과 고려대 인맥 중 상당수가 9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북풍사건’에 관련돼 옷을 벗으면서 거의 모두 퇴진했다.

대신 국정원 내 핵심부서에 접근하지 못했던 호남출신 인맥들이 속속 요직에 안착했다.

특히 이종찬(李鍾贊)원장 취임 초기 나종일(羅鍾一)1차장 신건(辛建)2차장 이강래(李康來)기조실장 등 전북출신 인사들이 국정원 내 구조조정을 담당하면서 전북 출신, 그 중에서도 전주고 인맥이 대거 부상한 것이 사실. 지금은 국정원 내 ‘핵심 4인방’중 엄익준(嚴翼駿)2차장이 전주고 출신이다.

전주고 출신과 함께 광주고와 광주일고 인맥들도 핵심 부서에 상당수 배치됐다. 하지만 이들과 전주고 인맥간에도 상당한 갈등이 있는 형편이다.

<정치부·사회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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