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한국인 잇달아 被拉…탈북자 조명철씨 출장갔다 봉변

  • 입력 2000년 2월 23일 23시 25분


재중 한국유학생 송모씨(31)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23일 탈북자 조명철씨(40·전 김일성대교수)가 이달초 중국에서 납치당한 뒤 몸값으로 2억5000만원을 납치범들에게 줬다가 되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여부를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94년 7월 귀순한 뒤 모 연구기관에 근무중인 조씨는 1일 연구소 직원 정모씨와 함께 중국으로 출장갔다가 베이징에서 조선족 4명에 의해 납치돼 협박을 받고 국내에 있는 한국인 한모씨(여)의 은행계좌에 몸값으로 2억5000만원을 넣었다는 것.

조씨 등은 다음날 감시중이던 조선족 2명을 격투 끝에 붙잡아 중국 공안국에 넘긴 뒤 곧바로 거래은행에 한씨 계좌의 인출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씨는 송금받은 돈을 송씨 납치사건의 용의자인 조선족 최모씨(30·여·경기 안산시 원곡동), 박모씨(32·여)와 자신의 아들 장모씨, 사위 이모씨 등 4명에게 5000만원씩 나눠주고 나머지 5000만원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가 조씨가 인출정지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자 모든 돈을 조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경찰에서 “중국에서 환달러상을 하고 있는 아들이 돈을 바꾸려고 통장에 입금시킨 것으로 생각했다”며 “조씨 납치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조씨 납치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한편 경찰은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최씨가 18개의 예금통장에 잔고가 8200만원이나 되는 것을 밝혀내고 이들이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그러나 최씨 등은 이번 납치극에 가담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