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파문]반발극심 분열위기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한나라당이 공천결과에 대한 비주류의 집단반발로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를 비롯한 낙천중진들은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총재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21일 전경련회관에 모여서 행동통일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처럼 공천에 반발하는 한나라당 중진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기존의 신당추진 세력과 연대할 경우 총선구도가 ‘1여다야(一與多野)’가 돼 총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순(趙淳)명예총재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공천은 공천개혁과 계파 불인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기세력의 부식만을 획책한 사천(私薦)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의 승리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서울 종로 공천을 반납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명예총재는 이어 이날 낮 낙천한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와 만나 공천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중진들과 연쇄접촉을 갖고 신당창당이나 무소속 연대 등 대응책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공천된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공천은 ‘독재자 이회창’의 본성을 드러낸 민주정치에 대한 폭거”라고 비난하고 “이회창씨와는 정치를 같이할 수 없기 때문에 공천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도 이날 측근인 정진섭(鄭鎭燮)부대변인을 통해 “이번 공천은 공정한 기준없이 이루어진 이총재의 전횡이었다”면서 “이총재에 맞서 공천 재검토 등 당내 민주화투쟁을 벌인 뒤 여의치 않을 경우 또 다른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이기택 김윤환전부총재는 19일 연쇄회동을 갖고 탈당에 이은 신당창당이나 무소속연대 등 향후 행보를 함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부의장은 21일, 이전부총재는 22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전면백지화와 이총재의 사과를 요구하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이총재측은 “진통없이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이번 공천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국민여망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비주류측의 공천 재심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총재는 21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공천자대회 일정을 잡는 등 공천후유증을 조기에 진화한 뒤 당을 총선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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