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이한동체제 출범]"보수깃발 들고 총선自生"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자민련은 16일 중앙위원회 임시대회를 열어 이한동(李漢東)총재 체제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4·13’ 총선에 임하는 당의 노선을 정리했다. 요약하면 더욱 진한 보수색깔로 새 단장을 하고 민주당과는 철저한 경쟁과 대립노선을 걷겠다는 것.

자민련은 이날 이총재의 취임사와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격려사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선 이총재는 “민주화 추진과정에서 공연히 위축되고 분산되고 침묵하고 있는 자존심 높은 보수안정 희구세력을 결집시키는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JP도 그동안 측근들의 전언을 통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및 민주당에 대한 불만과 성토를 유감없이 쏟아놓았다. JP는 특히 최근의 이른바 ‘바꿔 신드롬’에 대해 “한때 세상을 뒤집었던 ‘조반유리(造反有理·반란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의 중국 문화혁명 슬로건)’의 터무니없는 논리가 이 땅에 재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국을 문화혁명에 빗대어 청와대와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의 이같은 비난발언이 대(對)민주당 투쟁선언으로 이해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JP나 이총재는 향후 2여관계에 대해서는 끝내 언급을 피했다. 이는 결국 아직 연합공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민주당 몰아붙이기’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대목.

이는 또 민주당의 내각제강령 배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의 논산-금산 출마선언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2여관계의 재정립은 일단 총선 이후로 넘기겠다는 의도를 엿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자민련의 현 위상을 놓고 당내에서 ‘여(與)3 야(野)7’ ‘형식적 여당, 실질적 야당’ 등의 얘기들이 난무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총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위상이 정립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무튼 이총재가 앞으로 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가면서 2여관계 재정립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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