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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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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식기구인 공천심사위(위원장 장을병·張乙炳)는 현재 충청 강원 영남지역에 대해서만 후보 검토를 마친 상태. 반면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과 호남지역은 여론조사 결과가 취합되지 않아 아직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장위원장의 공식 브리핑(15일)이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수도권과 호남의 공천도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심지어 공천이 확정된 사람들의 ‘리스트’까지 나돈다. 이 명단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을까.
수도권의 경우 후보 인선에서 심사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별도의 팀이 구성돼 있다는 건 거의 공지의 사실. 정균환(鄭均桓) 정동영(鄭東泳) 정동채(鄭東采) 김민석(金民錫)의원이 이 ‘수도권팀’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
이들은 전적으로 여론조사에 의존해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별로 여러 지역에 대입, 보통 4차례 정도 조사를 벌여 그 중 반응이 좋은 지역구를 고르는 식이어서 공천심사위원들은 누가 어느 지역에 내정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지구당별로 당원의 총의를 모아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이른바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겠다던 민주당의 다짐은 이미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
그러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대목은 이른바 ‘텃밭’으로 여기는 호남지역 공천. 이 지역의 경우 몇몇 ‘실세(實勢)’들에 의해 사실상 공천 낙천이 결정된다는 게 정설. 실제로 전남의 한 지역에 공천될 것으로 알려진 K씨는 실세 K씨의 개인 경제자문역이어서 막후 지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의 대상이다. 또 한때 물갈이 대상으로 분류되던 호남의 L의원이 최근 다시 구제될 것으로 전해지는 것도 한 실세와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 청와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거론하며 “이미 낙점을 받았다”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이총재 스스로 ‘불개입’ 원칙을 천명했기 때문에 양상은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나 ‘하향식’ 공천이라는 점에선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다만 공천심사위원회가 현재까지는 여론조사 자료검토 등 거의 전권을 행사한다는 점은 민주당과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