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박총재는 요즘 총재직보다 총리직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강원용(姜元龍)목사 등 각계 원로들을 만나 폭넓은 자문을 통해 일종의 ‘총리직 수행 예습’에 열중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박총재의 심기가 그리 편한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당내 영남권 인사들이 박총재가 자신들과 함께 16대 총선을 치르지 않고 총리로 가려한다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 박총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5일 당무회의에서 정필근(鄭必根)전의원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선거 못 치른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총리 임명과 관련, 이런저런 이유를 내걸며 제동을 걸고 나서 이래저래 박총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 측근은 “박총재도 그동안 총리직에 연연치 않았으나 최근 혼탁한 정치권을 벗어나 행정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여건이 좋지 않다”며 어두운 표정이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